한편으론 신기하다. 직접 만나보니 방송과 실제 모습이 거의 똑같아 보이는데, 그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본 이들이라면 일제히 그를 두고 ‘의외’라고 한다. 의외로 깊이 있고, 의외로 진지하단다. 게다가 의외의 인맥까지 갖췄다. 가수 정준영(24)은 어쩌다 ‘의외의 사나이’가 됐을까.
그런데 정말 의외로, 그는 이러한 자신의 성격을 “방송에서는 안 나오는 모습”이라 했다. 방송을 통해 먼저 접한 뒤 인터뷰어 대 인터뷰이로서 대면하면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의외’라고 표하게 되는 이유일 터다. 하지만 역으로, 상대방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그만큼 진중하다는 뜻 아닐까. 우리의 일상이 ‘예능’은 아니듯 말이다.
Mnet ‘슈퍼스타K4’로 스타덤에 오른지 꼭 1년 만에 미니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정준영을 만났다. 여느 뮤지션들처럼 “멋있어서” 시작한 길이지만, 그 ‘음악’에 대한 생각만큼은 인터뷰 내내 흐트러짐이 없다. 정준영이라는 ‘가수’를 만남에 있어서 다행스럽고 또 반가운 것은, 적어도 음악에서만큼은 의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공개곡 ‘병이에요’에 이어 타이틀곡 ‘이별 10분 전’으로 강렬한 신고식을 마친 정준영은 1년 전 그리고 현재 자신의 노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목소리는 변함없어요. 다만 아무래도 ‘슈스케’ 때는 제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제 목소리와 톤, 음역대를 생각하며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 이전 노래와 다르게 들리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정준영이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최적화된 곡이라는 점에서 데뷔 전 불렀던 곡들과는 출발점이 다르겠죠.”
“많은 분들이 락에 대해 세고 하드한, 시끄러운 음악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데요, 사실 그 안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거든요. 첫 앨범부터 강하게 나갔다면 자부심과 뿌듯함은 컸겠지만 대중성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수 있는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락에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 스타일은 쓸쓸한 편에 가까웠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이별 10분 전’을 타이틀곡으로 낙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 정준영이 음악에서도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바로 ‘멋’이다.
한 번 ‘멋’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시종일관 “멋있잖아요.” “멋있지 않나요?” 등의 답변을 반복하는 정준영. 대체 그는 언제부터 그렇게 ‘멋’을 좋아했던 걸까.
“18살 때, 한창 락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부터 좋아했어요.”
락에 빠진 이유를 묻자 “멋있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락에 빠져든 건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멋있어서였어요. 당연히 모든 점이 멋있어보였겠죠? 다른 가수들도 멋있었지만 락을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커트였죠. 처음엔 욕하고, 강렬한 모습에 빠져들었지만 음악을 계속 듣고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알면 알수록 진짜 멋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럴듯 한데, 듣고 보니 정준영과 멋 그리고 락의 묘한 상관관계는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하다. (‘우결’ 첫 회의 정유미의 반응에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능에 나오는 제 모습을 누군가 보면서 재미있어할 수도, 지루해할 수도 있지만 그냥 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일 뿐, 음악은 별개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앨범 나오기 전엔 ‘너는 락커 락커 하지만 네 노래가 없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냐’는 질문도 종종 받았지만, 정작 저는 즐겁고 감사하게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는 “다만 본업이 가수이다 보니 노래를 할 때가 많은데, 내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젠 부를 수 있게 돼 좋다”고 덧붙였다.
배우 정유미와 출연 중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4’(우결)에서 보여준 깨알 같은 멘트에 대해선 “무심히 내뱉는 말도 있고, 누나를 약올리려고 하는 말도 있다” 했다. 아무래도 ‘정-정’ 커플을 현 ‘우결’ 최고의 커플로 올려놓은 데 8할이 정준영의 몫인 것 같다 하자 심드렁하면서도 ‘우결’ 아닌 ‘정준영 리얼리티’ 같은 느낌이라 하자 비로소 “하하하” 웃는다.
아직은 노래 가사처럼 절실하고 깊은 사랑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스물 넷 청년 정준영. 다만 사랑 외에 간절히 바랬던 건 바로 음악이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