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리메이크 곡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기성세대들에게는 과거의 추억과 그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기억하게 하고, 신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창작곡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런 영향력 있는 리메이크곡이 드라마 OST로 삽입되었을 때의 효과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드라마의 영상미와 스토리에 시대상을 반영한, 혹은 그 당시의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음악이 더해져 보는 이들의 몰입을 돕는다.
사진=응답하라1994 |
대표적인 예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극중 시대배경에 맞춰 리메이크곡을 내놓으며 시청자들을 그 당시로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응답하라 1994’는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응답하라1997’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지방 학생들이 서울 신촌의 하숙집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서울상경기를 그린다. 여기에 94학번 새내기들의 캠퍼스 생활을 주축으로,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사회적인 이슈와 소품, 패션, 음악 등 추억을 자극하는 당시의 문화를 담아내며 재미를 이끌어냈다.
OST 역시 당시의 문화를 다는데 일조했다. ‘응답하라 1994’는 지난 1993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 수록곡인 ‘너에게’를 성시경의 목소리로 다시 담아냈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최초 리메이크곡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을 리메이크해 OST로 만든 이유에 대해 “94년도의 문화적인 아이콘이라고 불릴 만큼 워낙 유명했지 않느냐. 특히 극중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캐릭터를 ‘빠순이’로 설정을 해서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다른 노래들이 화제가 됐었는데 ‘너에게’라는 노래를 오랜만에 들어보니까 정말 좋더라.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러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원곡을 넣지 않고 리메이크를 한 것에 대해 신 PD는 “러브테마로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그럴 거라면 원곡을 사용하는 것보다 극의 느낌에 맞게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을 택해야했다. 서태지 씨가 선뜻 곡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해준 후에 새로운 가수를 물색하다 ‘오빠’의 느낌을 가진 성시경 씨와 작업을 하게 됐다. 가사가 오빠가 말하는 듯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왼쪽부터)상속자들-굿닥터-결혼의 여신 |
시대적인 색깔이 강한 ‘응답하라 1994’ 외에도 리메이크곡이 삽입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는 성시경의 ‘두 사람’을 박장현이 다시 불렀고, ‘결혼의 여신’은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티에이피(TAP)의 목소리로 다시 만들어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드라마 ‘굿닥터’의 주인공인 주원 역시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리메이크했다.
OST가 아닌 극중 인물이 드라마 상에서 과거의 노래를 다시 불러 화제를 모은 경우도 있다. KBS2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주인공 이순신 역을 맡았던 아이유는 극중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부르며 당시 온라인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는가 하면, 원곡자인 이용의 곡이 신세대들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드라마에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가장 크게 이미지를 증폭시킨다. 혹 시대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 극중의 정서들을 가장 잘 음악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극한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음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곡이 아닌 리메이크곡이 삽입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원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메이크 음원을 발표하면 기성세대들에게는 다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신세대들에게는 창작곡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 마치 인순이의 노래인 것처럼 각인이 되어있다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리메이크곡은 세대 간의 이중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음악이 드라마에 삽입되었을 때 그 당시의 추억과 냄새, 사람의 색깔까지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창작곡과는 견줄 수 없는 큰 힘이다. 시대상의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그 정서를 알리고,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듯 보이는 리메이크 OST에도 분명 단점이 있다. 이는 음악적 창작의 고갈, 그리고 한계에 있다. 과거의 곡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작곡을 통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시대적인 화법을 제시해야 한다.
강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