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남의 결혼은 행복, 나의 결혼은 불행? 2004년 일본 결혼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갓 결혼한 사람들의 70%가 결혼식 1~2개월 전 ‘메리지블루’를 경험한 적이 있다. 예비부부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메리지블루’는 대체 무엇이기에 이들의 행복한 결혼을 위태롭게 만드는 걸까. ‘메리지블루’는 결혼을 결정한 남녀가 겪는 심리적인 불안 현상으로, 결혼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결혼 전 우울증을 앓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결혼식 준비 과정은 아름답다고 강조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결혼전야’(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는 아름다운 면보다는 갈등을 겪는 과정이 자세하게 담겨있어 예비부부에게 지침서가 된다.
김강우-김효진, 옥택연-이연희 그리고 주지훈, 마동석-구잘, 이희준-고준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메리지블루를 경험한다. 4인4색 메리지블루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안기며 동시에 상황에 따른 극복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지극히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는 현실성을 높이며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또한 다양한 배우들의 출연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며 10대와 50대까지 전 연령층이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소재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오감도’ ‘돈의 맛’에서 연기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강우-김효진은 12년 만에 재회해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로 분해 남다른 연기호흡을 증명하고 있다. 찌질한 남자로 변신한 김강우와 시크하고 도도한 여자로 진가를 발휘하는 두 사람의 조화는 다른 어느 커플보다 돋보이며 말하지 못한 사연을 지닌 예비부부의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옥택연-이연희는 사랑보다는 정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는 오래된 커플로 열연했다. 훈남훈녀의 만남은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고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스틸은 공개될 때 마다 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첫 스크린 데뷔인 옥택연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그의 성공적인 데뷔를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 사이에 낀 주지훈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느 날 이연희 앞에 불쑥 나타나 그녀의 마음에 설렘을 안긴 남자로 등장해 여심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거친매력의 소유자 마동석은 ‘결혼전야’에서 순수하고 귀여운 꽃집 노총각으로 변신해 스릴러, 액션, 멜로 모든 장르를 소화하는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사랑으로 언어장벽을 깨지만 예상치 못한 신체적 문제로 나홀로 고민에 빠진 마동석의 모습은 결혼을 앞두고 긴장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며 영화 속 웃음을 안겨주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구잘의 서툰 한국어 연기는 어색하기보단 귀여우며 ‘우즈베키스탄 김태희’로 불리던 호칭을 증명케 한다.
이희준-고준희 커플은 ‘결혼전야’ 속 예비부부 중 가장 위태위태하다. 계속되는 의견충돌은 급기야 결혼에 대한 심각한 고민으로 이어지며 네 커플 중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가장 많은 공감을 사며 예비부부의 말 못할 심정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고 종교문제, 집안문제 등, 극과 극 두 사람이 어떻게 ‘메리지블루’를 극복하는지는 최대의 볼거리다.
다양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만 하며 어수선한 조화를 이루지는 않을까라는 의심도 들겠지만, 극중 인물들이 결국 얽히고설켜있기에 한번쯤은 만나는 상황이 많아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인물들의 관계도 역시 기막히게 흥미롭다.
‘결혼전야’가 11월 21일 개봉한다.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