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합법이 아니라고 하는데 헌법 어디에도 동성애자는 결혼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 당연히 혼인신고는 받아들여져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이상 성소수자들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김조광수 김승환 동성커플은 이날 '이성애자였다면 당연했을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던 당시에는 어느 성소수자가 그렇듯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양가 부모님과 가족을 설득해 관계를 인정받고 축복을 받았다"며 " 지난 9월7일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가족은 물론이고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축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등록된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난관이 있다"며 "아파트의 전셋값이 크게 올라 은행에 대출을 받아보려고 문의했지만 '법적인 부부가 아니라서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또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에 배우자로서 등재하지 못해 여러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승환 대표는 "왜 이렇게까지 혼인신고를 해 법적인 근거를 얻으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2인 가족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누리지 못하는 게 많다"며 "배우자가 병으로 인해 수술 동의서를 얻으려고 할 때도 서명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을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과 멕시코의 일부 주, 그리고 15개 나라에서 동성혼이 합법화 됐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파트너십이나 시민결합이라는 이름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보장하는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부부로, 가족으로 평생을 사랑하고 헌신하며 살려고 한다. 간절한 바람이 다른 부부들처럼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도 참여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이석태 변호사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국가들을 언급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혼인을 특정 집단에게 배제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 지난 20여년간 전세계적으로 동성커플에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위반으로 위헌적이라는 최고법원의 판단들이 있었다"고 법률가 의견을 냈다. 구청에 제출할 의견서다.
이 변호사는 "이번 신고는 단지 혼인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평등권은 혼인과 가족 제도 모두에 적용되어야 한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혼인 이외의 결합에 대한 가족제도의 부재가 차별적이며 실질적으로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권리와 혜택을 박탈하고 있고 이는 보편적인 국제인권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평등권과 혼인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1948년 12월10일 제3차 국제연합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진행된 것이라 눈길을 끌었다.
한편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제출한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이석태 변호사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혼인신고 증인으로 나섰다.
구청이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 김조광수-김승환 커플과 변호인단(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이석태 변호사, '희망을 만드는 법' 한가람 변호사, '공감' 장서연 변호사)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내는 등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