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어둡고 무거워도 그안의 담긴 이야기는 따뜻.
[MBN스타 여수정 기자] “제 가족에게 아내와 엄마를 돌려주세요,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진정 도움을 원했지만 그 누구도 따스한 손길보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한 평범한 주부의 2년 동안의 고통이 영화로 탄생해 대중들에게 강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잡혔는지 이유도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한국인 주부가 돌연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됐다. 의사소통도 안 되는 나라에서 홀로 외로움 싸움을 시작한 한국인 주부는 조금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대서양 건너 12,400km 지구 반대편 프랑스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이동해 고통의 나날을 이어간다.
이 여성은 날마다 한국으로 도움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지만 정작 앞장서서 보호를 해줘야 될 한국은 수수방관으로 외면 아닌 외면을 한다. 낯선 타국의 교도소에서 재판도 없이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악몽과 싸우고 남편과 딸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제작 CJ엔터테인먼트, ㈜다세포클럽)은 마약범으로 오인된 대한민국 평범한 주부와 아내를 구하기 위해 호소하는 남편의 756일간의 충격적인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칸의 여왕 전도연과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다비드도 울고 갈 비율과 비주얼을 자랑하는 ‘고비드’ 고수의 만남으로 영화는 촬영 전부터 많은 이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다소 무겁고 예민한 실화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는 물론 실제 인물들의 고통을 전도연, 고수가 어떻게 표현하고 그려낼지는 최대의 관심사였다.
역시 그들의 연기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였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의 열연을 시작으로 방은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프랑스 현지배우와의 환상적인 앙상블, 실제 도미니카 공화국에 위치한 나야요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 수감자 및 교도관, 사실감을 살리는 배경과 대한민국-프랑스-도미니카 공화국을 잇는 로케이션 등이 조화를 이루며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생동감’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주인공 정연 역을 맡은 전도연은 “처음 이 실화를 접하고 가슴이 아팠고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겪게 되는 힘겨운 여정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려고 애쓰다 보니 실제로도 촬영 내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몸소 느껴야만했다”고 전했다. 정연의 남편 종배 역의 고수 역시 “이역만리에서 홀로 떨어진 아내와 어디에 있는지 연락조차 되지않는 종배가 겪는 극도의 감정을 끌어내는 기나긴 여정 동안 나 역시 감정의 극한을 느끼며 이겨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두 주인공들의 설명은 얼마나 배역에 몰입하며 진한 감정을 표현했는지를 느끼게 한다.
극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점점 야위어가는 전도연과 고수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그들이 처한 고통을 느끼게 도왔고, 사건이 해결될 듯 말 듯 한 그저 안타까움만 안기는 상황의 연속은 주인공보다 더욱 분노케 하며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조차 들게 만든다.
실화를 소재로 제작됐기에 어찌보면 무겁고 우울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법도 하지만, 실화와 허구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강한 울림과 소소한 일상 속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과거의 충격적 사건을 다시금 재조명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늘 곁에 있어 소중한 줄 모르는 가족의 존재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영화다. 물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면이 아닌 무한한 관심을 갖자는 내용을 알려주기도 한다.
↑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