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사람이 어느 날 그간 꽁꽁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하게 된다면. 그 비밀이 너무도 황당무계하고 그 비밀 하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가 틀어져버리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감독 자비에 돌란) 속 여주인공 프레드 벨레어(쉬잔느 클레먼트 분)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이자 결혼을 약속한 로렌스 알리아(멜비 푸포 분)로부터 비밀을 전해 듣는다. 그 비밀은 로렌스가 남은 일생을 여자로 살고싶다는 충격적인 발언이 담긴 것. 로렌스의 고백 때문에 평화로웠던 두 사람의 사이는 절망의 끝에 선 아슬아슬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
보통의 여자 같으면 지속됐던 관계를 단번에 정리했을 법도 하지만 프레드는 다르다. 그녀는 고통의 연속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로렌스 곁에 머물며 ‘사랑’이라는 뜨겁고도 경이로운 감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 아닌 헌신을 한다. 남자친구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프레드는 잠시 이성을 잃고 분노하지만 점점 감정을 억누르고 무조건 참고 견디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닌 엄청난 힘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프레드는 연인 로렌스 앞에서는 그저 웃고 즐겁게 생활하지만 혼자 있거나 절친과 있을 때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증오 등을 표현해 나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오직 평범했던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가 이해와 헌신, 보호 등으로 변하며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게 돕는다.
‘로렌스 애니웨이’의 감독 자비에 돌란은 “이 영화는 근본적인 사랑 이야기에 대한 경외심, 불가능한 것에 대한 욕망, 멋대로 희망을 가지지 않는 사랑, 한계란 없는 그런 사랑, 그리고 오직 영화와 책, 예술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두 남녀의 사랑으로 시작된 영화는 남자의 충격고백에도 지고지순한 여자의 사랑, 잠깐의 이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재회 등 이야기 안의 또 다른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987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넘는 오랜 사랑을 한 로렌스와 프레디의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사랑의 깊이를 높인다. 멜로영화로서는 168분이라는 너무도 긴 러닝타임은 조금의 지루함을 안기기도 하지만 워낙 버라이어티한 이들의 감정과 고민, 갈등을 담기에는 충분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시대를 옮긴 듯한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패션, 메이크업, 꿈속을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분위기 등은 세련되면서도 강렬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