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불합리, 비상식에 맞서 써워나가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손가락질 당하던, 돈만 밝히는 속물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서 상식 없는 사회에 대항하는 이야기 '변호인'(감독 양우석)이다.
뻔한 이야기로 폄훼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인식을 갖는 것도 이해한다. 아무리 '그분'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 영화의 탄생부터 그러하니 그를 이용한 홍보마케팅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지나면 '딴 생각'은 없어진다. 몰입할 수밖에 없다. 참담했던 과거에 살고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고 할까? 그 시절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또 그 억압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기에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울컥할 수밖에 없고, 소름이 돋으며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은 일반 관객들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다.
영화는 배경부터 오래된 과거다. 20년도 더 지난 과거 이야기를, (비록 슬프고 참담하지만) 빛바랜 사진의 추억을 꺼내보는 듯한 영화는 말미에 따뜻한 감성과 가슴 뜨거운 무언가를 이끌어낸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안타깝고 고통스러운데, 신인인 양우석 감독은 그 조합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냈다. 나사를 조이고 푸는 솜씨가 상당하다.
하지만 자신의 단골 국밥집 아주머니(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가 빨갱이로 몰렸다는 소식에 소매를 걷어 올린다. 국가가 순수한 독서모임을 불온서적을 탐미하는 이적 단체로 몰아세웠기 때문이다. 속물 변호사였던 그가 쉽게 마음을 바꾼 게 말도 안된다고 할 수 있지만, 고단한 고민의 과정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우석이 진우의 변호를 맡은 건 일종의 가족의 정이 아니었을까. 친어머니처럼 따르던 아주머니에게 느꼈던 마음 말이다. 힘든 시절 국밥 한그릇을 먹고 돈 안내고 도망쳤던 우석이 나중에 돈을 갚으러 왔지만, 다시 찾아와준 것만 기쁘다는 아주머니의 말은 일종의 정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힘겨운 재판에 우석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군부세력, 법원, 동료 변호사,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까지 이 재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고 만류한다. 때론 폭력으로, 때론 타이르듯이. 누구나가 "다 포기해야 한다. 지는 재판"이라고 하지만 그는 끈기있게 달려간다. 이 과정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감독의 화면 구성과 전환 등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몰입감을 높인다. 굳이 송강호와 김영애, 임시완, 곽도원 등의 연기를 보려 하지 않아도 보인다. 엄지를 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올라간다.
억지로 끼워맞춰 죄를 뒤집어씌우는 군부세려에 조목조목 반발하고, 세법 변호사라고 자신을 무시하는 고문 형사 차동영(곽도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똑똑히 전하는 우석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는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재판을 받게 되는 우석의 재판 신도 압권이다.
'변호인'은 하루 앞서 개봉해 18일 하루동안 11만명의 관객을 동원,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127분. 15세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