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24시]"성매매 찌라시 덕 변호사만 신났다"

"변호사들만 신난 꼴이 됐습니다."
성매매 연예인 수사로 속칭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에 이름을 올린 여성 연예인 중 한 명의 매니저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변호사 수임료로 1000만~2000만원까지 부르더라. '잘 나가는' 회사에겐 얼마 되지 않는 돈일지 모르겠으나 우리 같은 중소기획사 처지에선 이마저도 굉장히 부담이 되는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남자 3명(알선책 1명), 여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소문으로 떠돌던 연예인 8명은 무혐의 처분됐다.
주로 연예인 지망생이나 성매수 사업가 등이 이번 불구속 기소 대상이었다. 개그우먼 조혜련, 배우 이다해, 김사랑, 윤은혜, 권민중, 고호경, 가수 신지, 솔비 등은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었다. 황수정, 장미인애 등은 수사 대상자였지만 범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 연예인 A 1명 만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3회 댓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효하나 그가 얼마만큼 유명인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지만 때는 늦었다. 악성 소문에 휩싸인 연예인들의 실명은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다.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김사랑, 권민중, 윤은혜, 이다해, 솔비, 신지, 황수정, 조혜련 등은 억울한 누명을 벗었으나 이미 그 피해가 적지 않다. 이들 중 다수는 광고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았거나 진행 중인 계약이 취소됐다. 특히 황수정은 오랜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기대했으나 단순히 소문만으로도 예정된 드라마 출연이 불발됐다.
일단 이들은 자신들이 성매매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증권가 찌라시에 실명을 기재한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를 반드시 잡아내 처벌하겠단 입장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SNS 등지에 떠도는 정보는 과거 사설 집단이 작성해 올리던 증권가 찌라시와 다른 형태"라며 "워낙 방대하고 신속하게 퍼져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소문 당사자들의 측근이나 소속사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금시초문이다.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피의 사실 공표죄 따윈 안중에 없었다. 증권가 찌라시의 '카더라' 내용은 믿어도 당사자들의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이름이 떠돈 연예인의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어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을 떠올리는 게 대중의 심리다. 여성 연예인의 성(性) 추문은 치명적이고 치욕적일 수 있다. 또한 이는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는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연예가 비리를 파헤치려는 사법당국의 노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운 격 아니냐"고 꼬집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