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변호인'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집으로 가는 길'은 초반 관심을 받았다. 2004년 프랑스 오를리공항에서 마약운반범으로 오인 당해 756일간이나 대서양 외딴섬 마르티니크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당한 평범한 가정주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는가 싶더니, '변호인'이 등장하자마자 주춤했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변호인'은 첫 주말 누적 관객 175만 명을 동원했다.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 돌파다. 둘째 주 예매 점유율은 35%에 달한다. 올해 최고 흥행 영화로 기록된 '7번방의 선물'(개봉 첫 주 173만 명)과 비교, 또 1000만 관객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물론 뒷심이 중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변호인'을 향한 열기가 빨리 식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변호인'은 개봉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헌정 영화라는 시선에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평점 테러도 일어났다. 사재기 환불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 아니다를 떠나 분명 모든 것이 '변호인' 입장에서는 호재다.
반면 '집으로 가는 길'은 전혀 호재가 없다. 전도연의 연기가 영화의 큰 장점이지만 그렇게 큰 반응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미 전도연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걸 많은 이가 알고 있다. 전도연의 연기를 향한 박수만을 보내기에 '집으로 가는 길'은 아쉬운 점이 꽤 있다.
굳이 또 다른 셀링 포인트, 호재를 꼽으라고 한다면 정부를 향한 분노라고 할 수 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에서 옥살이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타까운 처지와 분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국민을 돌보지 않는 외교부의 발언과 행동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방법과 표현이 과해 몰입을 방해한다. 실책이다.
물론 두 영화는 기호에 따라 소비자 층이 다른 작품이다. 하지만 한 영화에 대해 붐업이 이뤄지면, 한국관객은 한 영화에 더욱더 집중한다. 안 보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변호인'에게는 가장 큰 행운이고, '집으로 가는 길'에게는 불행이다.
크리스마스를 낀 연말 극장가 대결은 전도연에게는 더 얄궂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배우 공유가 주연한 영화 '용의자'(감독 원신연)가 24일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의 한해 평균 영화관람 수가 인당 4편으로 세계 최고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12월 중 영화 세 편을 모두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