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이라고는 1980년대,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대의 상황에 대한 분노와 공감, 마음 한구석을 뜨겁게 만든 감동코드뿐이었다.
하지만 그 코드가 입소문을 타고 드디어 10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19일 배급사 기준으로 '변호인'은 관객 1000만 명 돌파로 집계됐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9번째 한국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관객 1000만 명을 넘어도 대기업의 극장문 열어주기, 얼토당토 않은 프로모션 행사로 관객 늘리기 등으로 비난받았던 다른 영화들과 달리 '변호인'은 우직하게 달려간 작품이다. 극 중 속물 변호사였던 송우석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접하고 자신의 신념을 바로 세우고 정정당당하게 시대와 맞선 것과 비슷하다.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인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 그 때문에 일각에서 비난을 받았다. 장삿속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미화, 찬양 논란에 일부 세력의 평점 테러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변호인'은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갔다. 송우석이 그랬던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보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성공했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었다. 어떤 이야기가 있어도 걸러서 듣거나 직접 영화로 확인했다. 입소문도 내기에도 열정을 다했다. 영상이 인터넷에 불법으로 노출됐을 때도 오히려 나서서 영화관을 찾아달라는 당부도 했다. 전야 개봉을 포함해 3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당연한 말이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관객의 가슴으로 파고들어 한국영화사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아니, 하고 있다.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는 '아바타'(1362만 명)를 제칠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