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정은 피보다 더 진했다. 야외예능 미개인인 다섯 남매가 들려주는 가족의 참된 의미가 추운 겨울밤 안방극장을 구들장처럼 따듯하게 만들어주었다.
2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에서 방송인 김구라, 배우 김민종, 전 농구선수 서장훈, 배우 김재원, 이하니, 외모도 성격도 어디 하나 닮은 꼴 없는 다섯 남매가 펼치는 강원도 인제군 깊은 산골 솟탱이골에서의 마지막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사남일녀’는 각계에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인물들이 가상의 형제가 돼 오지산골에 있는 부모님을 모시며, 가상의 가족을 통해 가족관계를 되돌아본다는 콘셉트의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 다섯 남매와 첫 가족이 된 이들은 솟탱이골에 사는 박광욱 할아버지와 김복임 할머니, 그리고 그들의 손자 산하였다.
이들의 첫 만남은 낯설고 어색했다. 각자의 활동분야가 달랐던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의 조합은 생뚱맞았고, 처음 만난 어르신들께 다짜고짜 ‘엄마, 아빠’로 부른다는 설정은 무리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스튜디오에 최적화 된 김구라와, 예능경험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는 ‘예능 미개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꾸밀 줄을 몰랐다.
↑ 사진=사남일녀 캡처 |
먼저 독설과 지적의 대명사 김구라 시골집에 오자마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남으로 전락했다. 하는 일마다 실수 연발에 큰소리와는 달리 실상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김구라의 쩔쩔거림은 신선했다. 큰 키와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서장훈은 다섯 남매 중 가장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을 자랑했으며, 초등학생인 산하와 투닥거리면서도 그와 잘 놀아주는 삼촌의 모습을 보여주어 반전의 매력을 이끌어냈다.
선한 미소의 김재원은 김민종에게 ‘뽀얀악마사태’(하얀얼굴로 사태고기처럼 질기게 괴롭힌다는 뜻)로 불릴 정도로 깐죽깐죽 장난꾸러기의 모습으로 의외의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에 수준급의 요리솜씨와 실생활에 유용한 다양한 주방정보, 어머니의 마음을 녹이는 막내아들의 매력과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언 땅에 흙을 뿌리는 배려심까지 보여주며 안방극장을 훈훈케 했다. 첫날부터 노상방뇨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이하늬는 여행 내내 여배우의 도도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당탕 넘어지기 일쑤이고, 덜렁거리는 이하늬였지만 환한 미소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애교만점 막내딸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분위기를 한층 밝게 했다.
‘사남일녀’에서 최고의 캐릭터는 바로 김민종이었다. 젠틀한 외모와는 달리 어리숙한 성격으로 동생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였고, 얇디얇은 귀로 인해 김장재료를 사러 장터에 내려갔다가 순식간에 쇼핑중독에 빠져 홀라당 지갑을 비워내는 모습을 보여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약을 올리면 올리는 데로 발끈할 뿐 아니라, 사흘 만에 비누로 머리를 감는다거나, 솟탱이골 도착 후 한 번도 옷을 갈아입지 않는 극도의 털털함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순진한 성격으로 ‘사남일녀’에서 웃음 그 자체를 담당한 김민종은 부딪치는 사람마다 다양한 대결구도를 보이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생기를 더했다. 특히 호시탐탐 시원찮은 형을 놀리는 김재원과의 그런 그에게 하는 족족 휘말리는 김민종의 조합은 ‘사남일녀’ ‘최고의 케미’(화학작용이 일어나듯 잘 어울린다는 뜻의 신조어)를 보여주었다.
↑ 사진=사남일녀 캡처 |
만남의 즐거움은 짧고 이별의 아쉬움은 길다. 4박5일간의 짧았던 여행은 공통점이라고 찾아보기 어려웠던 가상의 다섯 남매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서운함을 뒤로 한 채 첫 번째 여행이 마무리 됐다. 다음 여행지는 남해다. 걸그룹 에이핑크 정은지가 사촌동생의 신분으로 깜짝 출연하는 가운데, 이들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31일 8시 45분에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