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어렸을 때부터 예체능에 대한 재능이 특출했죠. 너무 처음부터 자랑인가요?(웃음)”
재즈보컬리스트 민채가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간 결혼식장에서 그녀가 눈길을 준 것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아니었다. 식장의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피아노였다. 이후 피아노를 배우고 콩쿠르에 나가 입상을 하는 등 배움의 속도가 남달랐다는 것이 민채의 설명이다. 그런데 ‘보컬리스트’ 민채는 피아노에 있어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가창에 있어서는 자신 없어했다.
“학교 다닐 때도 노래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 그냥 조금 잘 부르는 정도일 뿐이었고, 가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죠. 대학교 때도 피아노를 치면서 흥얼거리던 것이 전부였어요.”
노래에 자신이 없다는 그녀를 세상 밖에 나오게 한 사람은 레이블 클럽 에반스의 대표였다. 2006년 그는 민채에게 앨범 제작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가창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로도 몇 번의 제안을 거절한 민채는 7년이 지나고서야 첫 앨범을 발매했다. 갑자기 마음을 돌린 계기라도 있을까.
“일단 나이가…(웃음). 농담이고요, 예전에는 노래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몰랐던 거죠. 지금은 적어도 솔직하게 노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물론 나이도 있지만 내 곡을 써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목소리가 가장 큰 무기인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느낌이었죠.”
그녀의 창작 작업은 3년 전인 2011년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음악을 하고자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곡을 부르기 위해 직접 곡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곡은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었다. 피아노를 치며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성을 솔직하게 끄집어내고 여기에 가사를 붙였다.
때문에 그녀는 “재즈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슬플 때, 기쁠 때 연주를 통해 가치관과 성향이 모두 묻어나 언제나 솔직하다는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5분 안에 나오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서너 시간 피아노를 쳐도 나오질 않아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 시간을 버티면 나오더라고요. 그 분이 오시길 기다리는 거죠(웃음). 사람의 감정은 기쁘고 슬픈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슬픔 안에 희망이 있을 수도 있고 기쁜데도 슬픔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감정보다는 복잡한 감정을 곡으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녹여낸 첫 번째 미니앨범 ‘하트 오브 골드’(Heart of Gold)를 발표했다. 앨범에는 ‘트루 러브’(True Love)를 비롯해 프랑스의 샹송 가수 미셸 폴나레프(Michel Polnareff)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 기타리스트 이동섭이 만들고 민채가 하모니카 연주로 참여한 ‘외로움이 서툴러’ 등이 수록돼 있다.
또 그녀는 최근에 싱글 ‘헬로우 미스터 몽키’(Hello Mr.Monkey)를 공개했다. 이는 1970~1980년대 전 세계적인 디스코 열풍을 타고 히트를 기록한 독일의 디스코밴드 ‘아라베스크’(Arabesque)를 원곡으로 한다. 특히 국내 가수 왁스가 번안하여 댄스곡으로 불러 히트한 ‘머니’의 멜로디로도 친숙하다. 민채는 사연이 있는 듯한 신비한 보이스 톤으로 팝재즈,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서랍에서 CD를 꺼내 듣는 것은 추억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들으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