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한 소녀가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공감과 교훈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그저 착하고 속 깊은 막내딸로 등장하는 14살 소녀 천지(김향기 분)가 그 주인공이다.
천지는 학교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린다)를 당했다. 친한 친구라고 말하지만 교묘하게 괴롭히는 화연(김유정 분)을 비롯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반 친구들 덕에 항상 속앓이를 해왔다. 물론 가족에게 넌지시 자신의 상태와 속마음을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바쁜 엄마 현숙(김희애 분)과 시크한 언니 만지(고아성 분)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천지가 떠나는 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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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이하 손): 안녕하세요. 특별한 장소에서 만나게 돼서 더 반갑네요.
천지(이하 천): 안녕하세요. 여긴 미라와 추억이 담긴 장소예요. 함께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고 재밌는 추억이 많아요. 오해 때문에 절 떠나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제일 마지막까지 저의 곁에 있던 친구예요.
손: 남을 배려하는 마음 때문인지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 보니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데 웃는 모습을 많이 보진 못한 것 같아요.
천: 아니에요. 전 원래 잘 웃어요. 히힛. 엄마도 바쁘시고 언니도 공부하느라 힘든데 투정부릴 수 없죠. 정말 힘든 일 아니라면 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요.
손: 마음이 너무 예쁘고 착하네요. 방과 후 혼자 있을 땐 주로 무엇을 하나요?
천: 뜨개질하는 걸 좋아해요. 가끔 상처 받거나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뜨개질을 하면서 바로 잡아요. 털 뭉치처럼 단단해지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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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언제 마음이 흐트러지고 상처 받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천: 사실 전 은따를 당했어요. 말 그대로 친구들이 절 은근히 따돌리는 거죠.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저만 빼놓고 채팅을 주고받는다던지…. 친한척하면서 뒤에서 욕하고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요. 다 알고 있지만, 슬플 때도 있지만 친구할 애가 그런 애 밖에 없었어요.
손: 잔인하고 가슴 아프네요. 정말 힘들었겠어요. 혼자 견디는 것도 좋지만 힘들 땐 가족의 기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가족에게 이런 상황을 말해본 적은 있나요?
천: ‘엄마 나 너무 힘들어요’라고 대놓고 말한 적은 없어요. 엄마가 걱정하실까봐…. 대신 선물교환 때문에 MP3가 필요하다고 넌지시 말해보긴 했어요. 엄마와 언니는 당연히 제가 필요해서 말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힘들 때마다 자기주문을 해요. ‘오늘도 괜찮아’라고.
손: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가족에게 투정이라도 한 번 부렸을 것 같은데, 정말 의젓하고 착한 딸이었네요. 천지 양의 말을 들으니 가족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요. 주위에 따돌림으로 고통 받고 있을 친구들에 대해서도요.
천: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악의적인 선입견으로 심각한 상황을 겪는 친구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저도 겪어봤으니까요. 상처 받고 아파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잘 지내고 있지? 오늘도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지? 고마워, 잘 견뎌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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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