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래도 컬러풀(colorful). ‘5人5色’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룹, 포미닛을 만났다. 최근 미니앨범 5집 ‘포미닛 월드’로 돌아온 이들은 어느 때보다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진정한 포미닛 월드를 펼쳐보이기 직전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컴백 소감만 해도 여느 때와 달랐다. 무엇보다 멤버들의 참여도를 전에 없이 최대치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멤버 소현은 “재킷부터 뮤직비디오, 음악 하나하나 신경 안 쓴 게 없어 뿌듯하고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윤 역시 앨범에 대해 “다섯 명의 색깔과 개성과 매력이 잘 표현된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전 앨범과 달리 참여도 많이 했고 애정도 많이 쏟았다. 들으시면서 다채로운 색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번 앨범 스타일 콘셉트를 직접 짰을 정도로 패션 감각을 뽐낸 가윤에게도 이번 앨범은 남다르다. 그는 “참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애착도 많이 간다. 성숙해진 앨범이랄까. 이전에는 회사에서 원하는 포미닛의 색깔이었다면 이번엔 멤버들이 원하는 포미닛의 색이 나온 것 같아 애착이 든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원하는 포미닛의 색은 어떤 색깔이었을까. “전에는 만들어주신 것에 참여하는 방식이었고, 강한 사운드가 많았던 것 같아요. 신나고 강한, 여전사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수록곡에서도 그런 게 많이 빠진 것 같습니다. 수록곡도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발라드, 저와 현아의 보컬, 나머지 세 명도 그렇고, 이런 걸 하고 싶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색깔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가윤)
“저희가 앨범 외에 다른 활동은 잘 안 해서, 포미닛의 모습은 잘 모르실 거예요. 하지만 이젠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다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뮤직비디오도 재미있게 찍었어요. 우리가 편하게 놀던 식으로 찍으니까 ‘이래선 안되겠다’ 싶을 정도로 안 예쁘게 나온 컷도 있었죠.”(소현)
실제로 직접 만나본 포미닛은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입에 모터를 단 듯 수다를 이어갔다. 알고 보면 깨알 같은 매력의 걸그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핫이슈’, ‘뮤직’, ‘거울아 거울아’, ‘볼륨업’ 등 다수의 곡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강렬한 섹시함이었다. 흔한 걸그룹의 ‘청순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이름이 뭐에요?’를 통해 자유분방하고 발랄한, 옆집 여동생 이미지로 탈바꿈하더니 어느새 ‘국민 걸그룹’ 반열까지 올랐다.
아무래도 여전사 이미지가 답답했던 걸까. 이들은 “그렇진 않다”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물론 그런 강한 이미지도 좋아했어요. 퍼포먼스 그룹이란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대중과 가까운 느낌은 별로 없었죠. 이번 앨범을 통해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지현)
“당시로선 가장 잘 어울린 것 같은데, 곡마다 해석하는 게 다르잖아요. 가령 ‘뮤직’은 여전사로 표현해야 하는 게 맞고, ‘볼륨업’도 마찬가지였고요. 그에 반해 ‘오늘 뭐해?’는 좀 더 힘을 풀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여동생 같은 느낌이어야 노래도 현실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현아)
일각으로부터 ‘현아 걸그룹’이라는 의뭉스러운 호칭을 들을 정도로 포미닛의 활동상에서 현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하지만 실제 비중이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컸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멤버 각자가 맡고 있는 이미지가 다른데, 아무래도 현아가 섹시함을 맡고 있다 보니 그게 제일 눈에 띈 게 아닌가 싶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색깔은 한정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색이라도 포미닛의 색으로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있죠. 그걸 믿고 가고 있어요.”(지윤)
“어떤 면에선 단점일 수도 있지만, 우린 데뷔 이후 다양한 이미지, 다양한 색을 많이 해봤어요. ‘핫이슈’, ‘거울아 거울아’, ‘볼륨업’ 때 섹시 여신 이미지도 해봤고요. 점점 색깔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무대 위에서 노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무대 위에서 뛰어놀 수 있는 음악을 원하게 되죠.”(가윤)
참으로 자연스러운 성장이고, 변화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라고 쉽게 볼 그들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완성해 내는 무대에 대한 마음가짐만큼은 여느 ‘프로’들 못지 않은 단단한 내공으로 반짝이는 포미닛이다.
데뷔 후 특별한 부침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앨범 나올 때가 늘 위기였다”고 떠올렸다. “매 앨범이 위기였어요. 앨범의 성패에 모든 게 달렸었죠.”(소현) “우리가 매년 4월, 1년에 한 번씩 앨범을 내고 있는데요, 한 앨범에 모든 걸 다 쏟잖아요. 그런데 내고 나면 ‘왜 스케줄이 없는 것 같지?’ 싶어요. 음악방송을 할 땐 너무 바쁘게 하는데, 2주만 지나면 스케줄이 없잖아요. 왜 우리는 1년을 준비해서 나오는데 왜 2주 밖에 스케줄이 없지 싶었는데, ‘이름이 뭐에요?’ 이후 바빠져서 위기 모면했어요.(웃음)”(현아)
“다 솔직한 편이에요. 서운한 게 있으면 얘기를 다 하는 편이죠.”(소현) “피곤해도 밤 새우면서 얘기할 때도 있고요.”(지현) “그 입이 맨날 터져서 문제에요. (웃음) 그리고 연예인 친구가 많지 않다 보니 멤버들 뿐이고요.”(소현) “그리고 우리도 성인이니까, 술 마시면서 솔직한 얘기도 다 하는 것 같아요.”(가윤)
이들은 ‘오늘 뭐해?’ 1위 공약으로 프리허그와 프리악수를 꼽았다. 포미닛도 원하고 팬들도 원하는 바 아니겠는가. 지난 20일 컴백 무대를 무사히 마친 포미닛은 오늘도, 그렇게 무대를 위해 총총 달려간다. 자·타칭 “역주행과 뒷심 강한 걸그룹”인 만큼 ‘오늘 뭐해?’라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들을 올 봄, 오래오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을 남기고.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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