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이토록 간절한 무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정규 12집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를 들고 컴백한 임창정에게 컴백 소감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 한 마디에는 수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과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당시 그의 생각부터 최근 마음가짐까지 엿볼 수 있는 대답인 셈이다.
임창정은 지난 2009년 ‘리턴 투 마이 월드’(Return To My World)를 끝으로 오랜 공백을 보내다 지난해 9월 싱글 ‘나란 놈이란’과 10월 ‘문을 여시오’를 내놓고 가수로 컴백했다. 당시 임창정은 애절한 발라드로 음원차트 상위권을 선점하는가 하면, 전성기 시절 그의 모습을 추억하게 하는 코믹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흔한 노래’ 역시 당연한 듯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 “무대가 싫다”던 임창정, 갑자기 왜 무대에 서고 싶었을까
‘소주한잔’ ‘날 닮은 너’ ‘그때 또 다시’ ‘이미 나에게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던 임창정의 은퇴 선언은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런 팬들에게 그는 “이제 음악 안 하니 팬클럽도 해체하라”는 말로 상처를 남기기까지 했다. 당시 그로서는 큰 결단이었을 거다. 왜 갑자기 은퇴 선언을 했을까.
“난 당시 콘서트를 많이 하지 않는 가수 중 한 명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면서 단 2번 콘서트를 했다. 그때는 무대가 그렇게 싫더라. 무대에서 다른 가수와 경쟁하고, 다른 팬들 앞에서 왜 노래를 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내공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무대를 떠났던 그는 지난해 다시 가수의 길에 발을 들였다. 공백 기간 동안 임창정의 생각에 변화가 온 것이다. 아마 쉬는 동안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사무쳤으리라. 역시나 그는 팬들의 소중함, 무대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쉬는 동안 무대에 대한 열망이 정말 컸다. 영혼 없이 무대 위에서 나누는 말들이 싫었지만 지금은 무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무대가 끝나면 한숨부터 내쉬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은 무대 위에서 그 시간이 그렇게 짧더라. 왜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못하겠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 팬들을 위한 콘서트, 콘서트를 위한 앨범
지난해 싱글을 발매한 임창정은 ‘히든싱어2’에 출연했다. 심지어 뜨거운 눈물을 쏟기까지 했다. 그의 오랜 팬을 자처한 허각이 임창정의 은퇴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고, 임창정 역시 함께 펑펑 흘린 눈물에 함께 눈시울을 붉힌 것.
이날의 방송은 팬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가 됐고, 이후 그는 온라인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게임에 중독된 것처럼 디시인사이드에 중독됐다”고 말할 정도로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런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경쟁을 하려고 나왔다면 이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을 거다. 다시 가요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접근 자체가 달랐다. 몇 안 되는 내 팬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었다. 등수와는 상관없이 무대에 오르니 무대가 싫었던 그 당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DOC 콘서트’ ‘청춘나이트’ 등의 무대에 서면서 ‘나도 저런 팬들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임창정. 그만큼 앨범의 수록곡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고, 질적으로도 대강하지 않았다. 타이틀도 직접 만들고, 가사 작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신인 작곡가를 대거 참여시키는 대범함을 보였다.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담고 싶다는 의도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타이틀곡 ‘흔한 노래’부터 셔플 댄스곡, 알앤비는 물론 ‘문을 여시오’를 능가하는 파격 댄스곡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들이 담겨 있었다.
◇ 간절했던 콘서트 무대, 즐길 준비 됐다
임창정은 드디어 오는 5월 23과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흔한 콘서트’를 열고, 전국 투어에 나선다. 15년 만에 팬들과 만나는 자리인 만큼 다양한 구성과 이벤트를 준비했다.
“3시간 동안 음악은 물론 뮤지컬, 연기, 웃음 강연, 춤 등 멀티로 다 느낄 수 있도록 만들예정이다. 임창정 브랜드 콘서트로 해외에도 나가고 외화도 벌어오고 싶다. 사실 흥행에 대한 자신은 없다. 다들 왜 이렇게 큰 공연장을 잡았냐고 하더라. 관객들이 없으면 CG로 심을 생각이다. 무대를 관객석으로 더 당기든지(웃음). 규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수로서 그런 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 아닌가.”
임창정은 가수활동과 함께 드라마 출연도 계획 중에 있다. 가수로, 그리고 배우로 만능엔터테인먼트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는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그저 팬들과
“이제는 경쟁의 의미가 무의미하다. 난 마음껏 즐길 준비가 됐다. 후배들도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을 겸손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조금만 망설이면 그 사랑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랑을 받고 있음에 감사하고, 그로 인해 행복했으면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