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2013년 방송 프로그램을 강타한 것은 단순하지만 인간의 기본 본능을 자극한 먹방(먹는 방송)이었다. 그 트렌드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교양 프로그램들도 음식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우리는 먹는 모습에만 집중했지 화면 속 음식이 방송에 나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 연예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서기 위해 머리를 하고 화장을 하듯이 음식들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나선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 TV 속 음식들의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 요리인류 “우유 한 방울 찍기 위해 6시간은 기본”
26일 첫 선을 보인 KBS1 다큐멘터리 ‘요리인류’는 인류의 음식에 담긴 문명의 비밀을 찾아나선 프로그램으로 이번 상반기에는 빵, 향신료, 고기에 대해 다룬다.
↑ 사진=KBS |
‘요리인류’는 방송이 되기 전에도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했고 때깔 좋은 음식들의 향연에 누리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표현했다. ‘요리인류’에 등장한 카스도스가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요리인류’의 공동 연출을 맡은 김승욱 PD는 “기존의 음식 영상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 장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요리를 하는 과정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초고속 카메라 촬영이 필수다. 여러 장비를 테스트 끝에 4K와 초고속 촬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레드 에픽’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레드 에픽’의 성능을 알고 싶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이 카메라를 이용한 작품은 영화 ‘호빗’과 ‘정도전’ ‘각시탈’이 있다.
‘요리인류’ 팀은 방송 제작팀이지만 서울 상수동에 쿠킹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다. 작지만 알찬 공간인 이 곳에서 제작진은 해외 촬영 전 수많은 연습을 수행하며 준비를 마쳤다. 있는 그대로를 담는 다큐멘터리 촬영에 무슨 연습이 필요할까 싶지만 제작진은 요리만 특화 하기 위해 해외 촬영 전 3~4개월을 상주하며 연습을 했다. 현장에서 빠르게 찍어야 하는 것을 고려해 순식간에 촬영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여러 조명을 어떻게 세팅할 것인지 고민한다.
↑ 사진=KBS |
촬영 기법도 신경 쓰지만 가장 기본인 음식 재료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요리인류’ 쿠킹 스튜디오에는 전문 셰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이 좋은 재료를 선정해서 준비하고 아트 디렉터가 모든 음식의 스타일링을 해준다. 이외에도 각 음식 분야의 전문가의 조언은 필수다.
“저희가 지향했던 것은 광고에서 보여지는 음식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광고는 몇 컷에도 수억원을 들일 수 있지만 방송에서 하기엔 쉽지 않다. 음식 촬영에는 조명이 중요한데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힘들다. 그래서 자연광을 많이 이용했다. 조명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연광을 이길 수 없다.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1시부터 3시까진 촬영을 피했고 항상 창가 옆에 붙어서 촬영했다.”
김 PD가 가장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음식은 향신료 편에 등장하는 샥슈카라는 요리다. 순식간에 음식이 완성되기 때문에 촬영할 때 집중을 하지 않으면 놓치기 일수다. 요리 과정의 타이밍을 잡기도 힘들지만 셰프에게 여러 번 요리를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러 번 해달라고 하면 거절하는 셰프들도 있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여주면 바로 태도가 바뀐다. 영국의 한 역사 음식가는 저희와 촬영을 끝내고 가장 훌륭한 스태프들과 일을 했다고 한 적도 있다.”
◇ “‘테이스티 로드’ 두 번 촬영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요리인류’가 전문가적인 마인드로 음식을 촬영했다면 올리브TV ‘테이스티 로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 더 일반적이고 쉬운 음식들을 보여주고 2MC 박수진과 김성은의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이 큰 틀을 이룬다. 하지만 두 사람의 먹방 못지 않게 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각 매장의 음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레시피 컷이다.
‘테이스티 로드’ 최정하 PD는 “저희 프로그램은 이틀에 걸쳐서 촬영을 한다. 하루는 두 MC가 식당을 찾아가 먹는 위주로 촬영을 하고 그 다음날 레시피 촬영이라고 해서 음식컷만 따로 찍는다. MC들이 먹을 때 음식을 집중 촬영하면 먹는 흐름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택했다. 한 메뉴당 1~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하루를 온종일 소비해야 한다”고 비하를 밝혔다.
↑ 사진=CJ E&M |
여기에 맛있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오랜 시간 음식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러한 음식 소리 소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현장에서 음식 소리를 잡긴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씹는 소리, 고기 굽는 소리 등을 더해 완벽하게 세팅한다. 음식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조명을 적극 이용하지만 ‘테이스티 로드’는 예쁘고 화려한 광고 촬영 같은 화면은 지양한다.
“음식에서 김이 나는 효과는 조명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광고 촬영 때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저희는 인위적으로 보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노출되길 바란다. 저희 목표는 최대한 음식이 맛있어 보이고 만든 게 티가 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카메라도 MC들을 찍는 것과 음식을 찍는 것이 따로 있을 정도로 MC들은 물론 음식까지 예쁘게 보이려고 힘을 쓴다. 카메라 기종이 많아진 만큼 장비에도 매번 시도를 많이 한다. 시청자들도 뭐가 바뀐 지는 모르지만 더 맛있어 보인다고 평가한다. 때깔이 중요한 음식 프로그램이니만큼 색보정을 기
최 PD가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음식은 의외로 한식이었다. 그는 “양식은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데 한식은 정말 어렵다. 대부분 붉은 색이 많기 때문에 찌개를 맛있게 찍기 힘들다. 그래서 항상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예쁘게 찍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