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오창석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제작발표회에서 막장 전개 논란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비난받을 수도 있는 발언이다. 배우가 생각 없이, 또 줏대 없이 작품에 출연한 것 같기 때문이다. '막장'은 불륜을 비롯해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 천인공노할 반인륜적인 내용 등이 담겨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오창석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관련 발언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내가 연기자로서 할 역할은 이런저런 것을 신경 쓰기보다 대본을 잘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맡아보고 경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앞서 2008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데뷔한 오창석은 몇몇 작품에 출연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오로라 공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배우들은 엄청나게 많다. 각종 연기자협회, 조합 등에 소속된 배우만 수백, 수천 명이다. 가입하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다. 당연히 현재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는 배우가 더 많다. 대부분 직업이 그렇듯 부익부 빈익빈이다. 이 가운데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투잡족'도 있다. 이른바 '행사'를 뛰는 이들도 꽤 많다.
최근 개봉한 어떤 영화에 출연한 한 조연 배우는 "감독님들은 쓸만한 배우가 없다고 하고, 우리는 또 왜 우리를 몰라봐 주고 안 찾느냐고 아쉬워한다. 함께 작업하자고 했을 때 감사했다"고 했다. 비단 일부 배우 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금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한창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시끄러운 KBS 2 수목극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도 이 연장선상에서 언급할 수 있다. 영화보다 접근성이 좋은 드라마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것만도 조연과 단역 배우들에게는 행운이다.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 건 나중 문제다. '감격시대' 측은 기필코 출연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지만, 배우들의 이런 애절한 마음을 악용하는 이들도 많다.
'막장'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는 작가들도 나름의 고민이 많다.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는 작가와 PD들도 있다. 하지만 '좋은' 선택을 내리는 건 쉽지 않다. 방송사와 제작사, 배우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어떤 게 좋은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왔다! 장보리'의 백호민 PD는 이날 '막장'으로 전개될 구조를 지닌다는 지적에 대해 "극적 장치를 최대한 완화하겠다"고 했다. 막장의 요소가 극의 중심이 아니라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물론, 이 드라마가 어떤 전개를 벌일 지는 회가 거듭돼 봐야 알겠지만.
한편 '왔다! 장보리'는 주인공 장보리를 중심으로 두 딸과 두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에 집중하는 드라마다.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이 뒤바뀌면서, 두 딸은 물론 두 어머니도 극도의 갈등 상황에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오연서, 이유리 등이 출연한다. 5일 첫 방송.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