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환은 “작품을 할 때마다 애교가 늘고 있는데, 이번 ‘로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더 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1년여 만의 브라운관 복귀였다. 쉬는 동안 여행도 다니며 여유도 즐겼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체험했다고 말했다. 충분한 충전을 한 박유환에게서는 일에 대한 열의와 의욕이 가득해 보였다.
“실제 제 주변에는 남자밖에 없었거든요. 처음 여자들 사이에 있게 됐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감사한 것은 걱정이 무색하게 누나들이 정말 잘 해주셔서 첫 만남부터 자연스럽게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예요. 어느덧 누나들 사이에서 저는 극중 우영이 그 자체였고, 저 역시 막내로서 우영이처럼 하고 있더라고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는 30대 여자의 일과 사랑, 그리고 연애를 놓고 보이는 남녀 간의 미묘한 차이를 다룬 드라마다. 윤승아와 함께 사내커플을 이룬 박유환은 특히 연애를 놓고 남녀간에 다른 입장 차이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샀다.
“희재(윤승아 분)와 우영의 사랑을 보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공감한 부분이 무척 많았다”는 박유환에게 ‘1년간 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여자친구를 보는 남자의 입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드라마 속 우영은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희재를 반대했다가도, 결국은 필요한 물품을 다 챙겨주면서 상대의 뜻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도 안 되죠. 1년간 나 없이 여행을 간다니. 대본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절대 반대한다는 식의 대사가 있었는데 진짜 공감이 되는 거예요. 솔직히 희재를 보내주는 우영이가 공감이 안 됐어요. 대본을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면서 보내준다’였는데 표정이 안 좋았나 봐요. 감독님이 나중에는 ‘그런 표정 지으면 희재 절대 여행 못 떠나’라고 하더라고요. 어찌됐든 만약 내 여자친구가 1년 동안 어디를 간다면 저는 절대 못 보내요. 함께 가면 갔지 이 무서운 세상에 사랑하는 여자를 혼자 보내다니요. 불안해서 절대 그렇게 못하죠.”
연애 스타일에 대해 물었더니 솔직하고도 도전적인 성향이라고 답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먼 미래보다는 현실에 충실한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솔직한 스타일이에요. 이게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밀당’ 생각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죠. 제가 솔직해서일까요. 상대방만 괜찮다면 공개연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공개연애에 있어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죠. 잘 되다가도 안 되는 게 바로 연애인데 직업이 연예인이다 보니 그만큼 구설에 오르내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도 만약 공개연애를 하게 된다면 부담 없이 돌아다닐 것 같아요. 누군가 나에게 사귀냐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하고 싶어요.”
박유환이 ‘로맨스를 필요해’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박유환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냐고 물었더니 정말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한다. 그는 “매일이 즐거워서 어느 하나만 고르기가 어려워요”라며 울상이다.
“합류할 때 신기했던 것이 음향감독과 조명, 촬영감독님 모두가 유천이 형이 출연했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감독님이라는 점이에요. 저랑은 ‘천일의 약속’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죠. 감사한 것이 모두들 부족함 많은 우리 형제를 예뻐해 주셨다는 거예요.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감독님들과도 친하다보니 제게 있어서 ‘로맨스가 필요해’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최상의 조건이었죠. 부담 없이 했고 일을 한다기보다 놀러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즐거웠어요.”
↑ 사진=천정환 기자 |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우영이 했던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의 시선이었다. 극중 우영은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앞태는 가슴, 뒤태는 엉덩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자를 처음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눈’이었다. “상투적이어도 정말 사실”이라며 해맑게 웃는다.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외모를 잘 안 봐요. 아무리 예쁜 여성이어도 마음이 잘 통해야겠죠.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상대방의 대화를 들어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얼굴 중에서 상대방의 눈을 제일 처음 보는 이유는, 제가 남자든 여자든 눈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든요.”
↑ 사진=천정환 기자 |
“편안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뭔가 성격상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고 한 길을 같이 걸어가는 연애. 싸우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풀어야 하고, 친구같이 편한 사랑. 진짜 그냥 예쁜 사랑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에서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친구가 없다보니 어느 사이인가 솔직한 대화를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엄마에게도 말 못할 힘든 일들, 그런 것들을 쌓아두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친구 같은 연인과 만나 미주알고주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박유환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데에는 그의 형 박유천의 도움이 컸다. 박유환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는데 한편으로 싫지 않냐’고. 하지만 저는 싫은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제가 박유천의 동생이고, 형이 박유환의 형인 것처럼 저와 형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에요. 저는 정말 형을 사랑해요. 물론 저도 알고 있어요, 꿈을 갖게 됐을 때 형의 도움으로 남들보다 쉽게 얻은 부분이 있다는 걸. 그리고 더불어 쉽게 얻은 만큼 더 쉽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냥 형에게 피해 안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못하는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박유환과 인터뷰한 날은 현재 박유천이 주연으로 출연중인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가 방영되는 수요일이었다. 형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 형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하는 날”이라며 좋아하는 박유환의 모습은 형과 우애가 깊어 보였다.
“스케줄상 못 볼 때가 많아요. 같이 사는데도 불구하고 서로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3주 만에 서로 볼 때도 있죠. 그래도 형이 좋은 건 오랜만에 얼굴을 봐도 힘을 준다는 거예요. 평소 서로의 작품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주지만 연기적인 부분은 이야기는 잘 안 해요. 서로 그런 말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도 있을 뿐 아니라 각자의 연기 스타일도 있는 거니까. 서로 존중해 주는 거죠.”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말도 많고 탈 많은 곳이 바로 연예계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 번도 없다고 힘주어
“형을 통해 꿈을 얻으면서 스스로가 변화되는 기회를 얻었어요.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미래에 대한 목표도 명확해졌고요.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아깝게 보내고 싶지 않아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