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여진구가 200억 원이 투입될 영화 ‘권법’에서 강제 하차당한 사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실 영화 제작사의 주연배우 일방적 하차 통보는 이전에도 있었다. 한 배우는 지난해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한 한 영화에 계약서까지 썼었으나 다른 선배 배우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드라마에서도 몇몇 배우가 일방적으로 하차를 강요당한 바 있다. 투자받기 어렵다는 등의 문제였다.
하지만 ‘권법’은 다르다. 메인 투자자인 CJ 엔터테인먼트가 집중하고 있는 작품임을 대대적으로 밝힌 작품이다. 올 초 CJ엔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진구 캐스팅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앞서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장은 지난해 말 “‘권법’은 한국 영화의 글로벌 도약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투자 등의 문제로 제작이 지연되고 배우 조인성이 하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권법'은 심기일전하는 듯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닥친 모습이다.
제작사 스카이워커는 10일 밤 여진구 측에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여진구의 하차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여진구 측은 “아직 사실관계를 전해 듣지 못했다”고 흥분했다. 특히 여진구 측은 “지난 2월 ‘권법’ 제작사 측과 계약을 했는데, 일방적 계약 파기가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제작사 측은 여진구가 다른 작품에 출연한 걸 못마땅해 한 눈치다. ‘권법’에 올인해야 하는데 ‘내 심장을 쏴라’에 참여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내 심장을 쏴라’는 8월 촬영에 들어가는 ‘권법’에 앞서 끝이 난다. 7월 크랭크업이니 시간적 여유도 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게 배우의 생각일 텐데 제작사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거대 자본’, 즉 CJ엔터와 중국의 지원을 받은 것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권법’은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제작비의 30%를 중국 국영 투자배급사 차이나필름그룹과 제작사 페가수스 & 타이허 엔터테인먼트가 맡는다. 투자 금액이 이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거대 자본의 횡포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작사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한국과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는 이유로 김수현에게 출연 제의를 했다. 여진구와 이미 계약을 해놓고 다른 배우와 접촉한 건 큰 문제다. 김수현 측에 확인한 결과, ‘별그대’가 끝난 뒤 제의를 받은 게 맞다. 현재 김수현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출연을 고사했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한 작품에 올인 한 박광현 감독과 제작진이 ‘권법’을 향한 애정이 과도해서인지, 거대 자본의 힘을 등에 업어 생각이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상식이 없다는 인상을 남기게 됐다. 상도의 문제가 지적되는 부분이다. 몇 배의 위약금만 물어주면 된다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권법’은 신뢰를 잃었다.
CJ엔터 측은 확실한 관련 답을 내놓지 않았다. CJ 관계자는 “불거진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답은 피했다. “제작사와 여진구 측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한걸음 물러났다.
여진구 측의 울분에 찬 말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여진구 측 관계자는 “진구는 미성년자인데 어른들이 이렇게 상처를 줘도 되는가”라며 “작품을 하고 안 하고는 솔직히 상관없다. 진구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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