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챔프(사진=PJR엔터테인먼트 제공) |
래퍼 뉴챔프(27·본명 정현철)가 최근 발표한 곡 '야하게'의 일부 노랫말이다. Mnet '쇼미더머니 시즌1'에서 주석과 함께 등장해 직설적인 가사와 강렬한 래핑을 선보였던 그가 끈적하면서도 달콤해졌다. 앞선 그의 음악과 차이가 있다. 거친 사랑을 갈구하던 그다. '넘버원 배드 보이'(뉴챔프의 별명)가 한 마리 순한 양이 돼 '불안하다'며 매달렸다.
뉴챔프는 "'야하게'는 실제로 제가 정말 짝사랑하는 분께 바치는 세레나데 같은 곡"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 거친 남자의 애간장을 녹인 '섹시 레이디는 누구일까. 뉴챔프는 "곡에 힌트가 있다"면서 "다만 아직 제 입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 언젠가 제가 당당히 그녀 앞에 설 수 있을 때 멋지게 프러포즈 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뉴챔프와 만난 기자도 '나쁜 남자' 축에 속한다.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곡 속에 단서가 있다고 했으니 실마리를 하나 하나 풀어헤쳐 봤다. 몇몇 문장이 눈에 띈다. '미모는 세계가 인정했잖2' '워킹하는 기세는 슈퍼모델' '서양 이목구비에 흑발이 묘하게 어울리네 마네킹이래도 속겠지' '나 너 때문에 데뷔했잖니' 등이다.
일단 직업군을 좁혔다. '너 때문에 데뷔했다'니 여느 회사원은 아니다. 연예계 종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은 서양 이목구비의 흑발 모델이었다. 그런데 옳거니. '세계가 인정했잖2'의 숫자 '2'가 의미심장하다. 혹시 세계가 인정한 미모 2위라는 뜻이 아닐까? 단박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애프터스쿨 나나다. 나나는 올해 초 미국 영화매체 TC캔들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00인'에서 2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표현도 딱 들어맞기 시작했다. 나나는 모델 출신이다. 뉴챔프는 나나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를 떠나 메이저 무대에 데뷔했다는 추론도 가능했다. 뉴챔프의 프로듀서 료지는 나나의 소속사 플레디스와 여러 음악적 관계로 각별한 사이이기도 하다.
뉴챔프의 얼굴이 발그레졌다. 나쁜 남자도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면 어쩔 수 없는 모양새다. 뉴챔프는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물론 주어는 생략한 채. '애프터스쿨 나나가 맞느냐'는 기자의 추궁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유명해지기 전 데뷔 때부터 좋아했다"며 "마치 클레오파트라 같다. 실제로 우연히 한 번 마추졌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쑥스러워했다.
'이참에 공개 구애를 해볼 생각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야망은 꿈틀 대고 있다. 심각한 팬이다"며 "하지만 그녀가 나를 알고 있을 만큼 위치에 올랐을 때 당당히 사랑을 쟁취하고 싶다. 그녀가 날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아티스트가 돼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다.
↑ 뉴챔프(사진=PJR엔터테인먼트 제공) |
까불까불한 이미지와 달리 뉴챔프의 심지는 꽤 굳다. 학창 시절 방황기를 겪었다. 스물 네 살이 되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어느 날 친구들이 나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를 완전히 쓰레기 취급했다. 욕까지 하면서 내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그들이 지금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자 진짜 소중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 그의 인생은 폼에 살고 죽는 이른바 '폼생폼사'였다. 현실과 거리가 먼 낭만에 빠져 살았다. 이제는 달라졌다. 뚜렷한 음악적 주관이 세워지니 여유가 생겼다. 모든 음악을 자기 고집대로만 할 순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의 ‘변심’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뉴챔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에는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강박증과 완벽주의에 시달렸다. 내 자신이 준비 돼 있지 않다고 여겨지면 아예 나서질 않았다. 그렇게 막상 무대에 직면했을 때는 응집된 열등감이나 분노가 폭발하면서 절제의 멋을 몰랐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센 음악만 해오다 보니 많은 분께서 내가 비린내 나는 성향의 래퍼로만 알고 있더라. 그것은 내 한 단면일 뿐이다. 내 안에는 그러한 감성만 있던 게 아니다. '야하게'가 일부러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다가선 곡도 아니다. 이 역시 내 진심에서 나온, 내 날 것 그대로다. 힙합에는 틀이 없다. '야하게'를 통해 내 여러 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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