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주말이 지나가 있었어요. 어떻게 무대에 섰는지,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2’에서 ‘난 여자가 있는데’를 부르며 당차게 박진영을 압도했던 그들이 이제 어엿한 가수가 돼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지난 13일 SBS ‘인기가요’ 타이틀곡 ‘서울이 싫어졌어’를 들고 가요계의 문을 두드린 절친 듀오 이천원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음악처럼 개성있고 센스 넘치는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사실 첫 무대에서는 좀 약하게 보여드렸어요.(웃음) 헤어진 남자의 마음을 부르는 거지만, 최대한 가볍게 위트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일도)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25살 젊은 청년이다. 둘 다 주관이 뚜렷하고, 의견을 굽힐 것 같지 않은 성향이라 어떻게 친구가 됐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운명처럼 서로를 끌어당긴 듯 하다.
“첫인상은 안 좋았어요. 허세를 부리는 것도 같았고요.(웃음) 저랑 친해지기 힘든 친구 같았는데, 우연히 랩하는 걸 듣고 굉장히 감명 받았어요. 친해질수록 첫 인상과는 달리 진중하고, 흐트러짐없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효빈)
“저도 첫인상 완전 안 좋았어요.(웃음) 모범생 같았어요. 근데 생각도 많고, 굉장히 계획적인 친구라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보컬로서도 여러 가지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팔색조같은 매력이 있어요.”(일도)
‘나 바람 빠진 풍선 같아, 바다 위 돛단배 같아 네가 없기 때문에’ ‘식어버린 커피 맘속까지 차가워져 너만 모르고 다 변했어’
감성적인 멜로디와 절절한 가사를 입은 타이틀곡 ‘서울이 싫어졌어’는 그들에게 딱 맞는 옷 같다. 이천원은 타이틀곡과 더불어 모든 곡의 작사에 참여할만큼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 했다.
“작사가는 하나의 소설가라고 생각해요. 소설은 픽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스토리가 허구임에도 실제 이야기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소설가의 큰 역할이라 생각돼요. 작사가도 이와 다르지 않죠.”(일도)
그들의 작사 실력은 이미 ‘K팝스타2’에서도 정평이 나있었다. 특히 당시 불렀던 ‘나와 같다면’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이별에 서툴다” “처음 영화 봤던 4번 출구 분당선 야탑역” 등 솔직 담백한 경험담으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자극했었다.
“우리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싶어요. 우리 노래를 들으며 함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게 만들고 싶어요. 아이디어만이 저희의 제 1무기가 아니에요. 스토리를 담은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어요.”(효빈)
일본의 한 아티스트 아쿠아타임즈 후토시는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웅크려 앉아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천원은 이미 음악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들의 가사는 이미 많은 이들의 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뿐 아니라 이천원은 곧 소품돌로 등극할 기세다. ‘K팝스타2’에서부터 지갑, 인형 등 소품을 이용한 무대로 눈길을 끌더니 ‘인기가요’ 데뷔 무대에서는 트렁크와 의자를 적극 활용한 독특한 무대로 ‘서울이 싫어졌어’ 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소품들은 이천원에게는 소품 그 이상의 의미다. “우리는 춤을 추는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어요. 가사의 스토리가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게, 하나의 장치로써 소품을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죠. 무대 위에서 좀 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남들과는 다른 우리만의 차별화 된 전략이예요.”(효빈)
두 사람이 친구가 된 지도 벌써 10년. 이제 눈만 봐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쿵’하면 ‘짝’이라는 말이 이들을 보고 생겨났을까 싶을 정도다.
“함께 놀다가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보편적으로 효빈이가 비현실적인 생각들을 풀어놓으면, 제가 그 생각들을 정리하는 편이죠. 래퍼와 보컬이 만난 그룹이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어요.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적고 궁합이 잘 맞아서 좋아요.”(일도)
이들의 내공은 일순간에 쌓인 것이 아니었다. 중학생 때 처음 서로의 음악적 열정을 알아보고, 무작정 길거리 공연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거리 공연은 현재, 이들의 무대를 빛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불과 열여섯 나이에 버스킹이라니. 꽤나 용감하다.
“길거리 공연을 통해서 얼굴이 알려지면 무조건 데뷔하는 줄 알았어요. 어렸던 거죠(웃음). 첫 무대에는 너무 긴장돼서 많이 떨었지만, 경험이 쌓이다보니 점점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일도)
“길거리 공연을 하면서 우리만의 무대를 만드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길거리 공연을 많이 할 생각이에요. 저희 이름(이천원)답게 많은 분들에게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효빈)
이름처럼 관객들과 소통하고 영원히 친숙한 가수로 남겠다는 이천원의 가수로서의 비전을 무엇일까.
“지금도 앨범 작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프로듀싱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온전히 저희 손으로 만드러진 앨범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에요.”(일도)
“한 번은 칠순 잔치에 가서 ‘백만송이 장미’를 불렀는데 어르신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앞으로는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좋아할 만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천원이 준 첫인상은 분명했다. 이들이 결코 ‘반짝스타’는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음악에선 그들만의 소신과 열정이 전해졌다. 이토록 멋진 남자들이 도대체 어디 숨어있다 이제야 나왔는지. 가요계는 두 친구의 열정 가득한 음악에 단단히 빠져들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사진=레브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