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오주영 인턴기자]
팔색조란 이런 배우를 두고 하는 말일 거다. ‘귀신들린 여고생’부터 ‘순수한 궁녀’, ‘욕쟁이 할머니’까지. 심은경은 각양각색의 배역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일상에선 그저 평범하고 헐렁한 구석이 많은 20대, 하지만 ‘배우’라는 탈을 쓰면 캐릭터에 완벽 빙의된다.
이런 심은경이 롤모델로 꼽은 배우는 다름 아닌 대선배 최민식이다.
“예전에 ‘올드보이’ 메이킹 필름에서 대본연습 하는 모습 보고 큰 인상을 받았어요. 대본연습이라 촬영 때보다 감정에 충실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 자리에서도 정말 혼신의 연기를 펼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죠.”
그 날 이후 종종 최민식의 인터뷰를 찾아본다던 심은경. “진정 배우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며 “‘배우는 감독의 하청업자다’는 선배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크게 공감했다”고 기억했다.
최민식에 이어 인생의 롤모델로 심은경은 모차르트를 꼽았다. 그의 천재적인 삶을 동경한다며 ‘모차르트의 음악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모차르트는 나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에요. 그의 음악은 웅장하면서도 그 안에 섬세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어느덧 데뷔 10년차,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연기만큼이나 심은경의 생각도 한 뼘 더 깊어졌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에 발을 담궜으니,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도 꽤 다양한 작품을 거쳐 왔다. 심은경은 그간 함께 했던 수많은 배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로 ‘광해’의 이병헌을 꼽는다. 심은경은 이 영화에서 ‘사월이’로 출연했다.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하고 끊임없이 연기를 연구하세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연기자가 갖춰야할 아우라를 다 갖추신 분 같아요. 워낙 대선배님이셔서 당시 촬영 때 긴장도 많이 했는데, 그런 선배님의 모습을 우러러보며 더 열심히 연기했죠.”
마지막으로 ‘인간’ 심은경의 스승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저는 아역시절 부터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죠.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들의 배려를 지금까지 잊지 않고 살아요.”
심은경은 ‘써니’ 이후 더 큰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때문에 한국에서 고교 생활은 짧았다. 그럼에도 청담고 재학 당시 담임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청담 고등학교 1학년7반
이렇게라도 스승의 날 안부 인사를 건넬 수 있어 다행이라는 심은경. 좋은 배우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깊은 속내를 갖춘 그녀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