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서예지가 연기한 노수영은 노씨집안의 막내딸로 자란 만큼 밝고 자유분방하지만, 아침에 사랑을 시작하고 저녁에 이별을 고하는 ‘변덕의 끝판왕’인 캐릭터다. 통통 튀는 변덕쟁이 노수영을 연기하기 위해 본인의 목소리보다 다섯 톤 높은 목소리로 연기를 했다는 서예지는 ‘감자별’의 세상을 벗어나자마자 마법에 풀리듯 다시 허스키한 매력의 아가씨로 돌아와 있었다.
“‘감자별’이 끝나고 ‘시원섭섭’이라는 기분을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다들 웃으면서 포옹을 하는데, 현장에서 저 혼자만 펑펑 울었어요. 다른 배우들은 한 작품씩 하고 왔는데 저는 ‘감자별’이 첫 작품이었거든요. 다른 것보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감자별’ 팀원들과 헤어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얼핏 보면 수애를 떠올리게 하는 예쁜 외모로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서예지는 그때그때 감정에 솔직한 노수영과 무척 잘 어울렸다. 그래서일까 서예지 역시 노수영과 다를 바 없는 새침데기 여대생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와 같은 오해는 인터뷰를 시작한지 5분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둘째치더라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서예지는 ‘여대생’보다는 ‘애늙은이’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애늙은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친구들이 상남자라고 할 정도로 고지식하고 애교도 없죠. 그래서 그런지 촬영장에서도 또래 친구들보다도 선배님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120회라는 긴 시간동안 동갑인 하연수와 붙는 신이 없다보니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정말 어려웠어요. ‘8가지 캐릭터가 들어간 인물이다 보니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김병욱 PD의 말처럼 하루는 천방지축이 됐다가 또 다른 날은 다정한 여성이 되는 등 여러 가지 매력을 표현해야만 했죠. 처음에는 그냥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반대의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노수영을 연기하면서 실제로도 변덕도 부려봤고, 노수영의 변덕을 표현하면서 연기적으로 배운 것도 참 많았어요.”
그동안 많은 광고촬영을 통해 얼굴을 알려오기는 했지만, ‘감자별’이전 촬영경험이 전무한 서예지는 날 것에 가까운 ‘생 신인’이자, 말 그대로 김병욱 PD의 신데렐라와도 같았다. “연기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작품에 돌입한 것 같아 많이 죄송했다”는 서예지의 말처럼 첫 작품인 만큼 분명 어색한 부분도 있었고, 고쳐야 할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예지가 120회라는 긴 시간을 이끌고 올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바로 자신을 믿고 캐스팅한 김병욱 PD를 향한 신뢰가 튼튼했기 때문이다.
“연기수업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에 김병욱 PD의 디렉션만 믿고 촬영에 임했죠. 그래도 저는 참 행복한 배우에요. ‘감자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돈 주고 배우기 힘든 것들을 많이 배웠거든요. 김병욱 PD는 참 자상하신 분이세요. 연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잘못된 점을 알려주실 뿐 아니라, 늘 ‘잘 하고 있어. 그대로 계속해’라며 격려해 주셔서 힘이 됐었죠.”
‘감자별’은 서예지를 비롯해 여진구, 하연수, 고경표 등 젊은 층의 배우들 뿐 아니라 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이순재, 노주현, 금보라 등 탄탄한 배우들이 포진된 작품이었다. 서예지는 120회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로 ‘감자별’에 출연했던 많았던 선배 연기자들을 꼽았다.
“120회라는 긴 시간동안 지칠 법도 했고, 실제로 너무 힘들었지만 선생님들을 보면 지칠 수 없었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졸지도 힘들다는 티를 내지도 않으시는데, 고작 신인인 내가 견디지 못하면 배우로서 성장하기도 글렀다는 거 아니겠어요. 흔들리지 않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연기를 할 수 있었죠. 게다가 연기에 대가 이순재 선생님과 연기를 하다니 횡재였죠.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떨렸지만 표정연기와 발성 뿐 아니라 상대방과 호흡하는 법 등 이순재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 많은 것을 쌓아나갔죠.”
↑ 사진=곽혜미 기자 |
“줄리엔강이요. 일단 잘생겼잖아요.(웃음) 농담이고, 노수영의 변덕 때문에 줄리엔강과의 관계가 짧게 끝나서 내가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나를 따라 한국까지 온 사람인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어요. 실제 이상형이요? 온순하면서도 착하게 생긴 남자가 좋아요. 덩치가 크면 좋겠고, 무엇보다 마음의 그릇이 넓어 나를 많이 이해해주고 표현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워낙 무뚝뚝해서 표현하지 않으면 잘 모르거든요.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장기하와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그린 서예지에게 차기작에서 바라는 원하는 러브라인이나, 꿈꾸는 상대배우는 없는가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딱히 원하는 사람은 없고, 그저 만나는 사람마다 잘 맞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정한 누군가를 원하기 보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잘 어울리고 싶다고 말하는 서예지에게 상대를 생각하는 사료 깊은 성격과 함께 연기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해 나간 서예지에게 촬영 초기와 모든 것이 끝난 현재 가장 많이 달라진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크게 달라진 것은 두려움과 흥미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두려움이 커서 흥미를 못 느꼈는데 끝자락에 오니 더 도전해보고 싶더라고요. 연기가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많을 텐데 눈물의 깊이를 아는 배우가 되길 바라요. 감정이 나오는 연기, 깊이가 있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어요. 롤모델은 박원숙 선생님과 이순재 선생님, 그리고 이병헌 선배님이세요.”
한동안 잠꼬대를 대사를 외울 정도로 ‘감자별’에 푹 빠져 살았던 서예지.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그에게 앞으로 꿈꾸는 배우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갈대가 되고 싶어요. 갈대라는 것이 바람불면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