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오는 2일 정규 2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타이틀곡은 ‘눈, 코, 입’이다. YG 메인 프로듀서인 테디와 딥(Dee.P)의 공동작품이다. YG는 태양의 컴백 소식을 전하면서 '눈, 코, 입'이 단일 타이틀곡이라고 밝혔다. 최근 YG 소속 가수들이 2~3곡의 타이틀곡으로 프로모션했던 것과 다른 이례적 행보다.
양현석은 "태양의 2집 앨범에 수록될 대부분의 곡이 시기만 다를 뿐 타이틀곡으로 거론됐던 곡이다.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일은 가장 어려운 고민이었다"며 "‘눈,코,입’을 단일 타이틀곡으로 결정하고 ‘초반 프로모션에 집중하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실 단일 타이틀곡이라는 말도 어색하다. 2NE1, 빅뱅 지드래곤 등 YG 소속 가수들이 언젠가부터 더블 타이틀곡, 트리플 타이틀곡이라는 명칭을 붙여 성공하면서 가요계는 이와 비슷한 행보가 자리잡았다. 여러 가수가 한 앨범을 쪼개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두 번의 활동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히트곡 생명이 짧고, 가수들의 신곡 발표 주기가 빨라지면서 타이틀곡 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다른 곡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이었다. 한 곡씩 연달아 음원을 발표한 뒤 이를 모아 한 앨범에 담으면서 각각 '타이틀곡'이라는 대표성을 부여해 음악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음원 시장의 추세가 변하고 있다. 음악 콘텐츠 자체만 좋다면 차트를 장기 집권하거나 타이틀곡이 아니어도 앨범 수록곡 전체가 상위권에 포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한 아이유가 대표적인 예다.
양현석은 트렌드를 읽는 눈이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일련의 가요 시장 변화를 읽지 못했을 리 없다. 이를 두고 굳이 직접 나서서, 어찌 보면 '당연한' (단일) 타이틀곡을 소개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홍보를 극대화 하는 능력 역시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양현석의 말 한 마디에 대중은 기대감을 갖고, 해당 가수는 힘을 받는다.
또한 양현석은 소속 가수의 신곡이 나올 때마다 극찬을 내놓은 적이 많다. 자사 가수를 대놓고 칭찬하기 쑥스러울 법도 한데, 지난해 데뷔한 이하이부터 지드래곤 2NE1 씨엘 등의 앨범을 두고 그가 빼먹지 않고 거론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명반'이다. 실제로 그들의 음악은 성적을 떠나 평론가들로부터 '파격'·'신선'·'도전'으로 형용되며 인정받았다. 양현석의 자신감이 스며들 만하다.
그러면서도 양현석은 여지를 남겨두는 영민함을 보인다. "태양이 녹음실에 들어가 '눈, 코, 입'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지난 수 년간의 계획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태양 2집 앨범을 위해 녹음까지 끝마친 곡이 총 20여 곡이었는데, 양보다 질을 선택하고 싶다는 태양의 의지에 따라 9곡을 엄선해 수록했다. 전곡이 타이틀이라고 해도 무관할 만큼 명반"이라고 또 강조한 점이 그렇다.
양현석은 특히 "앨범 타이틀곡인 ‘눈, 코, 입’외에도 ‘새벽 한시’와 ‘아름다워’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하기로 했다. 총 세 편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양현석은 추신을 남겼다. "오늘 오전 싸이의 신곡 소식이 미국을 통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싸이와 YG 남성 신인 그룹 ‘위너’의 자세한 소식을 들고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였다.
이 추신에서 양현석의 고민 흔적을 엿본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여러 정황을 떠올려 보면 YG는 태양의 솔로 활동을 단일 타이틀곡으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한 기획사에서 두 아티스트가 비슷한 기간 활동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태양에 이어 YG에는 현재 싸이, 위너, 에픽하이, 이하이, 2NE1, 빅뱅, 새 걸그룹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들이 각각 한 달씩 만 활동 기간을 잡아도 남은 한해가 빠듯하다.
대중의 호응도에 따라 태양은 '짧고 굵은' 활동으로 끝날 수도, 아니면 대중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예정에 없던 후속 활동에 돌입할 수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양현석은 소속 아티스트의 사기를 북돋으면서 팬들의 목마름을 살피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렸다. 변수를 염두에 둔 양현석의 '기막힌 한 수'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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