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한때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현재는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비롯해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안정환은 신 예능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통해 본격 예능 신고식을 치른 안정환은 조각같은 외모와 달리 구수한 말투와 다정다감한 행동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신 보다 여자친구와 엄마가 더 좋다는 아들에 말에 바로 “아이씨”라고 말하며 투덜거리는가 하면 몰래카메라나 상황극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엔 빼고 망설이지만 이내 특유의 발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 모습은 아들하고 있을 때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중계진과 함께 출연한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도 그의 투덜이 매력이 터졌다. 안정환은 월드컵 중계를 준비하면서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을 직접 찾아갔던 일화를 전하며 “구자철은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데뷔 때부터 귀공자 외모에 지적인 이미지를 발산했던 이서진은 드라마에서도 왕, 장군 등 묵직한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의 이미지가 반전된 것은 게스트로 깜짝 출연했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게으른 미대형’ 캐릭터를 얻으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이서진에게 캐릭터를 부여했던 나영석 PD는 회사 이적 후 첫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에서 그를 짐꾼으로 영입했다. 이서진은 할배들 앞에선 예의바른 청년일 뿐이었지만 나 PD와 있을 땐 본심을 드러내며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나 PD를 속여서 용돈을 올려 받는가 하면 여행 내내 받은 스트레스는 스태프들에게 풀었다.
이는 여행에서만 형성된 캐릭터가 아니다. 김광규의 초대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때나, 올리브채널 ‘마스터 셰프 코리아3’에서도 그의 본래 성격이 드러났다.
KBS 조우종 아나운서도 신 투덜이 캐릭터도 맹활약 중이다. KBS 직작인답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조우종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조건’에서 보여줬던 조우종의 모습은 일상 자체가 투덜이 그 자체였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일만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짜증을 참지 못하고 야누스의 얼굴을 보여주는가 하면 체험 과제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투덜거리는 캐릭터임에도 시청자들에게 밉상이기 보단 웃음의 한 요소로 인정받는 이유는 이와 상반되는 반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안정환은 사실은 아들이 심부름 가는 모습만 봐도 짠해서 눈물을 보이는 감성적인 남자이며 다른 아이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다정다감한 아빠다.
이서진은 투덜거리고 독설을 날리지만 그 내면에 숨겨진 따뜻함이 존재, 은근슬쩍 김광규를 챙겨주고 싫은 내색을 하면서도 자기 할 일은 완벽하게 해낸다. 조우종은 어딘가 어설프고 불운해서 미움보다 안쓰러움이 먼저 밀려온다. 체험 하나를 집중하다가 다른 체험을 잊어버리는가 하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직장에 이어 집에까지 와서 멤버들에게 혼나는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을 만들어냈다.
흔히들 예능에선 캐릭터가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한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