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지난 9일 첫 방송을 한 KBS1 일일드라마 ‘고양이는 있다’(이하 ‘고양이’)는 첫 회에 23.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을 알렸다. 이는 전작인 ‘사랑은 노래를 타고’(이하 ‘사노타’)의 마지막회가 기록한 26.5%보다는 떨어지는 수치지만 첫 방 기록으로는 ‘사노타’와 비슷하다.
하지만 순조로운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5회까지 방영된 현재 시청률은 10%대로 떨어졌다. 이 시간대 드라마는 KBS1만 방송돼, 시청권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20%대로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더 아쉬운 것은 ‘고양이는 있다’는 기존 일일극과 다른 노선을 취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있다’는 출생의 비밀을 기본이요, 각종 악행이 등장하는 일일극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출생의 비밀’은 기획할 때부터 제외했다. 고양이를 소재로 중년층은 물론 젊은층까지 공략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여기에 일일극에선 볼 수 없었던 미스터리 소재까지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옆 동네인 SBS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사랑만 할래’도 무공해 청정극을 표방했다. 혈육과 입양, 부유와 가난, 연상연하 등 다양한 편견을 이겨낸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젊은 커플들을 통해서 편견과 차이를 이겨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겠다는 의도답게 ‘사랑만할래’는 첫 방송부터 젊은 남녀의 풋풋한 러브스토리가 시선을 모았다. 남보라, 이규한, 서하준, 임세미 등 젊은 배우들의 ‘케미’도 신선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계속 하락세다. 첫 방송이 7.8%로 전작 ‘잘 키운 딸 하나’의 첫 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10회까지 방송된 지금 이 시청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이 됐다. 계속해서 떨어진 시청률은 5%대까지 찍었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등을 통해 일일극의 신화를 달성한 장서희의 복귀작이자 대리모라는 파격 소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서희에게 복수를 시작한 이채영의 모습이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현재까지 ‘뻐꾸기 둥지’에선 결혼식날 불임이 된 신부, 불임이라는 이유로 며느리에게 이혼을 종용하고 대리모를 요구하는 시어머니, 복수와 돈을 벌기 위해 대리모를 받아 들이는 20대 여성, 대리모지만 난자 바꿔치기까지 요구하는 설정 등 막장 요소가 빽빽하게 펼쳐졌다.
현 상황만 비교하자면 기세 좋게 등장한 착한 드라마들은 막장에게 밀리고 말았다. 결국은 시청자들이 욕은 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막장 드라마에 중독된 이들에게 청정 드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전형적인 일일극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제작진 입장에서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성적이다. 시청률 지상주의 속에서 이젠 이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씁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