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타임머신] 다시 보는 재회 커플들의 풋풋한 그 때

1분 1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본방사수를 외치며 방영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점점 줄고 있다. 클릭 한 번만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운 받고, 언제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현재,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몰랐던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배우들이 다시 만났다. 올해 드라마 트렌드로 자리잡은 ‘재회커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안방극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층 성숙해진 외모와 농익은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만남을 축하하며 이들의 전작을 살펴봤다.

◇ 분위기 180도 달라진 이준기-남상미, 이루어 질 수 없는 ‘개와 늑대의 시간’

KBS2 새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를 통해 이준기와 남상미는 지난 2007년 방송된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아직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마치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남장을 한 남상미와 우연히 그 사실을 눈치채고 같은 집에 머물게 된 이준기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전작을 떠오르게 하지 않는다.

‘개늑시’는 어릴 때 폭력조직으로부터 어머니가 죽는 모습을 지켜본 이수현(이준기 분)이 복수극이 주된 스토리였다. 복수를 위해 국정원의 블랙 요원까지 됐지만 이후 기억을 상실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이 안에서 이준기와 남상미는 원수지간으로 나온다. 이수현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지우(남상미 분)의 아버지였고 두 사람은 첫 사랑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로 그려져 절절한 로맨스를 펼쳤다.

두 사람의 멜로도 중요했지만 ‘개늑시’는 복수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묵직하고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천천히 상승세를 보이며 마니아층은 물론 대중적 인기까지 얻어냈다. 흡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스토리와 영상미를 곁들인 연출의 조합은 ‘개늑시’를 웰메이드 작품으로 거듭나게 했다.

◇ 장나라 신드롬의 최고점 ‘명랑소녀 성공기

2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재회한 장나라와 장혁은 이미 12년 전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로맨스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빚쟁이 부모 때문에 충청도 시골에서 서울로 와 식모살이를 하게 된 양순(장나라 분)이 재벌 2세 기태(장혁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태의 집이 망하면서 현실성 강한 양순이 그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이야기는 뻔하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와 바보온달을 키워낸 평강공주를 떠오르게 한다.

쉽지만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인식으로 ‘명랑소녀 성공기’는 40%를 넘는 기염을 토했고 당시 ‘뉴논스톱’으로 성공을 거두고 2집까지 대박 행진을 이어가던 장나라의 전성기에 정점을 찍었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장나라는 캐릭터와 딱 맞는 싱크로율을 보여줬고 반항아 이미지의 장혁은 코믹연기까지 가능하다는 평을 얻었다.

　◇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순수한 사랑 ‘천국의 계단’

2003년 방송된 SBS ‘천국의 계단’의 권상우-최지우 커플은 농염하게 다시 만났다.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유혹’을 통해서 권상우와 최지우는 돈과 권력 관계를 통해 맺어지는 일촉즉발의 커플이 될 전망이다.

이들이 첫 만남을 가진 ‘천국의 계단’은 아역 때부터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 30%를 가뿐히 돌파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에 빠졌던 소년과 소녀가 성인이 되어 재회한 후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지켜나간다는 멜로 드라마였지만 막판에 최지우가 안암으로 죽으면서 최루성 멜로로 발돋움했다.

높은 인기를 구사하긴 했지만 작품성으론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이해 되지 않는 캐릭터들과 뻔한 클리셰가 남발됐고 갑자기 최지우가 불치병에 걸렸을 땐 허탈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사랑은 돌아오는거야’‘송주오빠’라는 명대사와 폭발적 인기를 구사한 OST ‘보고싶다’와 ‘아베마리아’, 한 없이 달린 권상우의 달리기 연기, 이완에서 신현준으로 급격하게 바뀌는 공포의 회전목마 등 명장면을 남겼다.

◇ 위태위태한 청춘들의 사랑 ‘케세라세라’

‘내 이름은 김삼순’을 탄생시긴 김윤철 PD가 연출해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영 신통치 않았다. 결국 일부 마니아만을 뜨겁게 달아 오르게 만든 작품이 됐다.

우연히 옆집에 살게 된 두 남녀, 바람둥이 남자 주인공이 순수한 여자를 만나면서 사랑을 새롭게 배운다는 얘기는 뻔하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모양세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다 보면 쉽지 않은 정통 멜로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사랑하지만 돈과 꿈 앞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사랑이 높은 공감대를 얻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인 에릭은 ‘케세라세라’를 통해서 연기로 인정받게 됐고 당시 브라운관의 신선한 얼굴이던 정유미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주목 받았다. 이런 두 사람이 오는 8월 첫 방송될 KBS2 ‘연애의 발견’을 통해 재회한다. 지독한 사랑을 보여줬던 ‘케세라세라’와 달리 상큼발랄한 로맨틱 드라마가 될 ‘연애의 발견’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상큼발랄한 홍자매표 드라마 ‘마이걸’

현재 방송 중인 MBC ‘호텔킹’ 속 주인공, 이다해와 이동욱도 이미 9년 전 호흡을 맞춘 사이다. 두 사람은 로맨틱 코미디인 ‘마이걸’을 통해 상큼발랄한 매력을 발산한 바 있다.

사기꾼, 뻥쟁이로 재벌가의 가짜 손녀가 된 주유린(이다해 분)과 그 오빠 설공찬(이동욱 분)의 로맨스가 중심을 이뤘으며 두 사람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다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내는 주유린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했으며 이동욱은 코믹과 진중함, 그 중간을 지켰다.

특히 홍자매의 작품답게 깨알같은 상상신이 등장해 웃음을 책임졌으며 ‘복받으실거에요’라는 명대사도 남겼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