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지난 14일(한국시간) 독일의 우승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지구인의 축제답게 얘깃거리는 풍성했다.
이번 대회에선 특히 축구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았다. 대표팀 구성, 비매너 플레이, 마피아 전쟁 등 자극적인 이슈들로 남쳐났다.
몇몇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결과로 자국민들의 뭇매를 맞아야만 했다. 브라질 선수 네이마르의 부상은 마피아 전쟁으로까지 비화될 뻔 했다. 브라질 소요 사태도 빼놓을 수 없다. 이쯤되면 축구가 생사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연예계도 이런 월드컵과 닮은 점이 많다.
↑ 사진 : SBS ‘룸메이트’. 여러 구설수에 오르며 고초를 겪고 있다(위). 홍명보 감독의 한국대표팀은 초라한 성적으로 월드컵에서 물러났다(아래). |
‣ 룸메이트, 시작은 거창했던 대한민국 대표팀 보는 듯
“원정 사상 첫 8강을 노린다.” 월드컵을 앞두고 나온 한 언론의 전망이었다. 결과는 1무 2패 탈락. 과정도 문제였다. 대회 기간 내내 ‘엔트으리’ 논란에 시달렸다. 사후 대처도 미흡했다. 홍명보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B급 선수’ 발언으로 다시 구설에 올랐다.
SBS ‘룸메이트’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예능이다. ‘홈셰어’를 통해 타인과 인생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주거방식을 조명한다. 화려한 캐스팅은 덤이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논란만 늘고 있다. 속옷 노출, 악플 논란이 터져나왔고 마약밀반입 논란 당사자도 여과없이 등장했다. 졸음운전 당사자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웠다. 4%대의 시청률이 ‘룸메이트’의 현주소다.
16강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시청률이 저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게 끝이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이과수 여행, 회식 논란 같은 거짓 해명으로 홍역을 치렀다. 방송을 위해선 부적절한 행동마저 내보내는 ‘룸메이트’. 최소한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해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홍 감독의 말로는 사퇴였음을 명심해야겠다.
한 유명 감독은 말했다. “축구에도 삼위일체가 있다. 선수와 감독 그리고 서포터.” 출연진과 PD가 선수와 감독이라면, 시청자들은 서포터다. ‘룸메이트’는 아름다운 삼위일체를 이뤄낼 수 있을까.
↑ 사진 : KBS ‘뻐꾸기둥지’로 돌아온 막장드라마의 여왕 장서희(위). 월드컵에서 ‘핵이빨’로 논란이 된 수아레즈. 사진 출처 : WENN 멀티비츠 (Copyright ⓒ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막장드라마, 선 넘은 막장플레이가 보인다
막장도 상막장이다. 지금껏 거친 플레이를 일삼는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금도를 넘었다. 우루과이의 수아레즈 이야기다. 그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상대선수를 깨물었다. 일명 ‘핵이빨’ 사건. 카메룬의 송은 상대편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일명 ‘엘보우샷’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축구판의 막장으로, 불쾌한 장면이었지만 화젯거리는 풍성해졌다.
막장 드라마도 거부감을 표하는 시청자가 있다. 그럼에도 인기는 지속적이다. 장서희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던 ‘뻐꾸기 둥지’가 대표적인 경우. 친오빠를 죽음으로 내몬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리모를 자처한 여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시청률 13%를 오르내리며 순풍을 이어가고 있다.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의 뒤바뀜을 다루는 ‘왔다 장보리’는 2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앞서 막장 요소를 띈 많은 작품들이 인기리에 종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막장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본다.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짚는다. 반면 “콘텐츠의 빈약함을 상징하고 사회적 가치를 교란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과도한 승부욕의 발현(?)으로 막장 플레이를 보여준 축구선수들. 카메룬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우루과이는 16강에서 물러나야 했다. 배신, 질투, 출생의 비밀을 넘어 대리모, 과도한 사망플래그 등으로 치닫고 있는 막장 드라마. 상막장으로 치달으면 결국 쓴맛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시청률은 좋으니 다행일까.
‣ 연예계 부활 2인방, 네덜란드를 닮았네
이번 월드컵 화두 중 하나. 스리백(3Back) 시스템 부활이다. 전술적인 이유로 포백(4Back)에 밀려 사장되다시피 했던 스리백. 네덜란드는 변칙적인 스리백 전술로 4강까지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네덜란드의 반할 감독은 예측할 수 없는 용병술로 ‘괴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전술적 복고’를 꺼내든 그는 월드컵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드라마계에선 죽어가던 정통사극이 부활했다. 퓨젼사극, 시대극에 밀려 힘을 잃어가던 정통사극을 KBS ‘정도전’이 다시 살려냈다. 국회의원 보좌관, 노동운동가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집필한 정현민 작가의 공이 컸다. 현실에 투영할 수 있는 드라마 속 명대사들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god 재결합 또한 뜨거웠다. 2005년 해체 후 9년 만에 완전체가 된 god. ‘미운오리새끼’로 신호탄을 쐈다. 팬들은 열광했다. ‘하늘색 약속’으로 방점을 찍었다. 팬들은 가슴에 담아둔 추억을 꺼내어 뜨거운 함성으로 뱉어냈다. 지난 12일, 13일 열린 15주년 기념 콘서트는 이 모든 것들의 집합이었다.
사실 네덜란드의 반할 감독은 2002년 당시 패장이었다. 최강이라 칭송되던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2002년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자신의 색을 덧칠하고 보완해 다시 승장이 됐다. 정통사극이지만 기존의 것과는 다른 맛을 풍긴 ‘정도전’. 해체 당시의 불화설, 한 멤버의 역경 등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재결합한 god. 이들의 성공 이면엔 묵묵히 인고해야 했던 세월의 쓴맛이 담겨있다.
↑ 사진 출처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정도전’,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반할, 유재석. WENN 멀티비츠 (Copyright ⓒ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유재석, 아르헨티나 선봉장 메시?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준우승. 축구의 신, 대회MVP 리오넬 메시가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동료들의 도움이 부족했다. 이름값이 대단하던 선수들은 귀신에 씌인 듯 대회기간 동안 부진했다. 메시도 경기수가 늘어갈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랴. 그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영웅이었다.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은 최근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출전했다. 선수급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은 유재석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차량 고장으로 쓴잔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던 그는 고개를 떨궜다.
막역한 2인자인 박명수는 ‘녹화 중 수면 논란’에 휩싸여 제 역할을 못했다. 하하, 노홍철은 전문적인 분야에 관한 특집편에서는 영 힘을 못 쓰는 기색이다.
앞서 ‘무한도전’은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선거 특집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투표 결과는 이변없이 유재석이 1등을 차지했다. ‘예능의 신’ ‘유느님’ 유재석. 그가 아르헨티나의 메시처럼 혼자서 종횡무진하며 팀을 이끌 날
후세엔 메시가 이끈 ‘팀 아르헨티나’보다 ‘우승팀 독일’을 기억할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예능계의 상징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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