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사람들에게 웃음의 도(道)를 알려주기 위해 야심차게 출발한 MBC 예능프로그램 ‘코미디의 길’이 첫 발을 내딛은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바른 길을 걷고 있을까.
2014년 최고 시청률 3.5%(이하 닐슨리서치, 전국기준) 평균 시청률 2.7%, 일요일 밤 늦은 시간에 시작됐던 MBC ‘코미디에 빠지다’는 침체된 MBC 코미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시청자들과 쓸쓸한 안녕을 고했다.
9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이 콩트 코미디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2000년대는 KBS2 ‘개그콘서트’로 대표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99년 대학로에서 시범적으로 공연되던 공연 형식의 코미디를 TV 속으로 끌고온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됐고, 후발주자로 등장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또한 인기를 끌며 공개 코미디의 인기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트렌드에 맞춰 MBC 역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이미 공개 코미디는 레드오션이 돼버린 지 오래였고, 이렇다 할 화제를 낳지 못한 채, MBC 코미디는 기나긴 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 사진=코미디의 길 캡처 |
공개 코미디 노선을 버린 ‘코미디의 길’은 과거 MBC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콩트 형식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개그맨 이홍렬이 가세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코미디의 길’은 이홍렬이 주도하는 페이크다큐 ‘코미디의 길’를 중심으로, 분장코미디 ‘구라구라쇼’, 콩트드라마인 ‘김부장’ ‘동생들’ ‘돌싱남녀’ 등을 선보이고 있다. 코미디의 부활을 꿈꾸며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한 ‘코미디의 길’이지만 정작 그 성적은 미미하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은 너무 늦은 시간에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인 만큼 시청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코미디의 길’에서 보여주고 있는 개그코드가 옛 것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코너들 중 가장 큰 문제코너는 바로 ‘김구라 없는 김구라쇼’를 표방한 ‘구라구라쇼’다. 유명인 분장을 하고 등장한 개그맨들이 각각의 토크를 펼치는 ‘구라구라쇼’는 얼핏 보면 실제 유명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일치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손석희 앵커를 패러디한 정성호는 그의 특유의 어법까지 재연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문제는 왜 이들이 이런 분장을 하고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진행자인 최국이 왜 하필이면 김구라를 흉내 냈는지 또한 알 수 없다.
↑ 사진=코미디의 길 캡처 |
‘구라구라쇼’의 문제의 시작은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의 인기코너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해 반짝 인기를 끌었던 ‘나도 가수다’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이용해 손쉽게 인기를 이끌어내고자 한 점은 오히려 ‘코미디의 길’의 발목을 잡으며 시청자들에 식상함을 주고 있다.
콩트드라마 역시 시나리오나 임팩트면에서 부족하다. 콩트 코미디를 앞세우는 tvN ‘SNL 코리아’에 비하면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이라는 규제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 수 있지만, 최근 ‘SNL코리아’의 수위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점을 들었을 때, 마냥 규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코미디의 길’ 속 콩트 코미디의 사회의 문제는 꼬집는 풍자도 없고, 현 사항을 비트는 블랙코미디, 익살스러운 패러디도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코미디의 길’에 아무리 연기 잘하는 개그맨들이 총 등장함에도 2% 부족한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