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전작들에서 거침없이 쏟아낸 (욕설을 포함한) 말과 행동이 특히 그를 가볍고 쉽게, 또 우습게 보이게 할 것만 같았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내 연애의 기억’(감독 이권)에서도 마찬가지. 차진 욕설은 기본이고, 극 중 남자친구 송새벽과 남동생 김현준의 뒤통수를 치고 발길질을 한다. "바람 피는 남자 XX를 잘라야 한다"고 하는 등 거침없다. 6일 진행된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필터링 없이 말이 먼저 나오는 때가 많은데 극 중 은진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영화를 보면 극 중 캐릭터와 강예원이 100% 일치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웃음을 주긴 하는데 한편으론 그의 지속되는 이미지가 걱정도 된다. 친분이나 어떤 관계가 없는 사람이 봐도 걱정되겠다는 생각을 떠올릴 정도다.
간담회 후 한 음식점에서 취재진을 만난 강예원은 걱정하는 시선에 아무렇지 않아 했다. 본 모습을 감추고 뭐인 척하는 건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닭살이 돋는 행동을 하는 후배를 보면 "예쁜 척 하지마!", "얘가 어디서?!"라는 말이 나온다는 그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천생 여자라고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털털하고 솔직하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지나갈 것이고, 좋은 모습을 봐 줄 분들이 언젠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니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진짜 현실 상황과 마주했을 때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강예원에게는 섹시 여배우라는 꼬리표도 달렸었다. 과거 한 노출 영화를 통해 세간에 오르내렸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이후 그는 상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피했다. 약간 과장하면 0.1초 만에 자신을 대하는 상대 배우 혹은 기자들, 사람들을 속단했다. 자신을 가둬놓았다고 해야 할까. 강예원은 "결국 나만 피곤하더라. 과거를 떠올려 이렇게 보는 사람, 지금의 모습을 보고 저렇게 보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로 바뀌었다.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했다. 시사회에서는 시스루룩을 선보였는데, "우리 영화가 조금이나마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실패한 것 같다"고 화통하게 웃어 넘길 정도가 됐다.
생각이 바뀌니 주변 사람들과 작품을 향한 애정이 더 커지고 많아진 건 덤이다.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내 스타일"이라는 그는 요즘 촬영 중인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언급하며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누가 이기나’ 하는 심정으로 다가간다"고 자신의 전략(?)을 강조했다. 그렇게 차태현, 곽도원, 고창석 등과도 친해져 갔단다.
과거 일화 하나. 강예원은 작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촬영에서 민낯에 망가짐을 불사했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로 인연을 맺은 차태현 때문이었다. 녹화 현장의 소식을 들은 소속사는 노발대발이었다. 곧장 달려와 카메라를 빼앗을 기세였는데, 강예원은 "그러면 내가 뭐가 되느냐. (차)태현 오빠와 인연 끊게 하려는 것이냐"는 등의 말로 소속사를 만류했다. 결과는 ’1박2일’ 시청자라면 알고 있는 그대로, 대박이었다. 이쯤 되면 요즘 유행하는 ’의리녀’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 강예원의 성격이 어떤 것 같냐고 물으면 털털하기도 하고, 섹시한 면도 있다고 말하는 게 정답 같다. 하지만 더 강조해야 할 말은 밝고 유쾌하며 솔직한 여배우라는 점이다.
한국의 대작 홍수 속에 작은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이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진 모르겠지만 영화사 측은 강예원이라는 배우를 얻은 것만도 행운인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강예원이 없었으면 사장됐거나 다르게 만들어질 작품이었다. 배우들을 구하지 못했을 때인데 시나리오를 본 강예원이 출연을 결정했고, 강예원은 송새벽에게 "이 작품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그 결과 예산도 (조금이지만) 많아졌고, 만듦새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 비록 대작은 아니지만 독특한 로맨스에 살 떨리게 하는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의 탄생이다.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던 은진(강예원)이 운명적으로 만난 남자 현석(송새벽)과 인생 최고의 연애를 이어가던 도중, 그에게 숨겨진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반전 로맨스인 ’내 연애의 기억’은 관객을 웃기기도, 소름 돋게도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매력적이다. 제18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폐막식으로 상영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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