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화제성만큼은 최고다.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것은 기본이고, 재방송 시청률은 넘볼 수 없는 1위, 주연배우 장혁과 장나라에게는 ‘달팽이 커플’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안방극장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지만 화제성에 비해 성적은 늘 아쉬웠다.
첫 방송 시청률 6.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동시간대 3위로 시작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상승을 이뤄내기는 했지만, 치열한 수목극 경쟁 속 1등이 되기는 어려웠다.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종영된 이후 수목드라마 왕좌를 지켜온 KBS2 ‘조선 총잡이’와 노희경 작가의 신작 SBS ‘괜찮아 사랑이야’을 지지하는 세력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른 때보다도 수목극 사이 벌이는 경쟁이 치열한 탓에 잠깐의 방심은 시청률 하락을 부르고, 이 같은 시청률 하락은 순위 변동을 허락했다.
인기는 높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해 동시간대 3위까지 떨어졌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드디어 13일 방송에서 11.5%를 기록, ‘조선총잡이’와 ‘괜찮아 사랑이야’를 따돌리고 동시간대 1위 자리에 올랐다. 자그마치 13회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비록 다음날인 14일 0.8%포인트 하락한 10.7%로 그 자리를 ‘조선 총잡이’에게 넘겨주었지만, 이번 기록은 상황여하에 따라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
하지만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진짜 매력은 단순하게 배우들의 합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사랑을 더욱 유쾌하게 해 준 패러디와 이를 뒷받침 해주는 배경음악 센스가 빛났기 때문이다.
극중 건과 미영의 첫 인연은 세라(왕지원 분)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반지를 샀던 건이 실수로 그 반지를 맹견의 우리 위로 떨어뜨리고 이를 회수하던 도중 개에게 쫓겨 도망치면서부터 시작됐다. 개를 무서워 하는 거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맹견을 쫓아내기 위해 수트 상의를 휘둘렀는데, 이 때 흘러나온 배경음악이 바로 글루미써티스의 ‘바꿔’였다. 이는 건 역할로 열연 중인 장혁의 대표작 ‘추노’의 메인 테마곡이다.
첫 회부터 ‘추노’를 패러디 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였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TJ라는 예명으로 가요계의 진출했던 장혁의 흑역사, 장혁과 장나라의 첫 작품인 ‘명랑소녀 성공기’ 패러디, 영화 ‘화산고’ 패러디 등을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미영의 유산과 건과의 이혼이라는 큰 사건을 겪은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패러디는 3년 후 이들이 재회하면서 다시 꽃피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13회는 CF모델로 나선 그룹 지오디(god)의 멤버 박준형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을 알렸다.
데뷔 초 장혁은 같은 소속사이자 절친했던 지오디의 1집 타이틀곡 ‘어머님께’ 뮤직비디오에서 열연을 펼친 바 있다. 이를 패러디 한 듯 건은 등장과 함께 ‘어머님께’의 가사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를 읊었고, 이후 ‘어머님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들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극중 박준형과 호흡을 맞춘 아기모델의 이름이 바로 재민이었던 것이다. 재민이는 과거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에서 지오디 멤버들이 실제로 돌보았던 아이의 이름이다.
↑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
심지어 다음날인 14일 방송 분 중 미영을 다시 데려오라는 용과 실랑이 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듯한 CG를 활용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전달했다.
패러디는 조금만 잘못 사용해도 유치하거나 혹은 드라마가 지나치게 가벼워 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패러디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먼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연출적인 센스가 빛났
꾸준한 패러디로 활기를 더하고 있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