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동도(이재응 분)는 같은 반이자 소위 잘나가는 친구 현승(차엽 분)을 만나면서 새로운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폼 나는 인생을 살아보려는 동도,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달리 멋지지도 파란만장하지도 않다. 현승 무리와 어울리면서 절친 대현(배유람 분)과도 다투는 일이 생기고 자잘한 오해들이 쌓여만 간다. 급기야 엄마에게까지 반항하기도 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싸움에 휘말리고 만다. /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MBN스타 여수정 기자] 액션과 퓨전 사극, 역사, 공포 장르가 가득한 극장가에 학원물이 등장해 반갑다. 이는 영화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이하 ‘18’)를 말하는 것이다. ‘18’은 정우성이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폼 나는 학창시절을 동경하는 동도가 호탕하고 잘 나가는 같은 반 친구 현승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과 느와르라는 장르를 접목한 작품이다. 개봉 전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미리 관객을 만난 바 있고, 당시 빠른 객석 매진으로 화제작임을 알렸다. 폭발적인 관객의 반응에도 모자라 한국독립영화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LG 하이엔텍상을 수상하며 눈길을 단번에 끌었다.
‘설인’ 제작부장으로 참여한 영화감독 한윤선이 메가폰을 잡았고 ‘국가대표’ ‘괴물’ ‘효자동 이발사’ 이재응, ‘의형제’ ‘설인’ 차엽, ‘마녀’ ‘야간비행’ 이익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끝까지 간다’ 배유람 등이 출연해 남자들의 학창시절을 제대로 표현했다.
특히 20~50대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다양한 장면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지금은 사라진 낡은 개인 책상을 시작으로 비디오방, 교복을 입고 출입이 가능한 커피숍, 복고 교복, 나팔바지 등이 추억을 선사해 격하게 반갑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차엽 : “내가 맡은 현승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사회적으로 성장되고 어른스럽다. 물론 인상은 마치 한 두목의 보스 같지만 (웃음) 이탈도 안하고 착한 인물이다. 현승의 가정사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연기할 때 예술가 집안에서 자란 인물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부모님이 풀어줘서 자연스럽게 일찍 성장한 인물 같더라. 또 현승과 동도, 대중, 대현 등 극중 등장인물들이 사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다. 영화의 90%가 감독님의 이야기다. 실제로 만난 적도 있는데 현승이 형은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첫인상이 매우 무서웠다. 그러나 수줍음을 타시더라. (웃음) 실존 인물이기에 연기에 있어 걱정이 됐지만 감독님이 배우들을 잘 믿어줬다. ‘연기 어때요?’라고 감독님에게 물으면 ‘네가 연기한 게 맞아’라고 늘 배려를 해줬다.”
한윤선 감독 : “극중 인물들이 실존 인물이고 내 친구들이다. 그러나 현승이라고 해서 실제 현승의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인물들이 다 섞여있다. 때문에 주된 인물은 현승일 지라도 이 캐릭터를 위해 이에 맞는 부분을 다른 인물에게서 가져오기도 했다. 친구들이 영화를 봤는데 오직 실제 현승 만이 자신의 역이 똑같이 나왔다고 혼자 열광하더라. (웃음)”
개성만점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기발한 영화 제목이다. ‘18’은 비속어이면서도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를 지칭하는 것도 같다.
한윤선 감독 : “쉽게 부르려고 지은 제목이다. 대중들이 영화를 인식하기에 또 출연 배우들을 인식시키기에 좋을 것 같았다. 인식을 위해 세게 짓고 싶었다. 사실 영화 제작의 계기는 단순했다. 그냥 영화를 찍고 싶었다. 영화 현장에 어린 나이에 참여했는데 당시 상처를 받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게 영화라고 생각했다. 경험이 있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 했다. 아직 내가 완벽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르자는 생각이 커서 영화 제작을 생각했다. 소재를 생각하던 중 즐겁게 지냈던 학창시절,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준비과정에서 고생이 많았지만 좋은 배우를 만나 수월하게 제작했다.”
‘18’은 주로 인천에서 촬영됐고, 배우들은 2~3달 동안 극중 동도와 동철의 집에서 실제로 합숙했다고. 덕분에 배우들의 사이는 돈독해졌고 더욱 자연스러운 연기로 촬영장은 화기애애해졌다.
차엽 : “지금도 출연 배우들과 자주 만난다. 같이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만난다. 친구처럼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다. 그래서 정말 좋고 이 친분이 ‘18’에 잘 드러난 것 같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차엽 : “나 역시 촬영하면서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커피숍에 자주 모였다. 이 부분은 ‘18’ 속 현승과 비슷했기에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웃음) 그러나 생각해보면 난 현승처럼 어른스럽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했다. 때문에 현승과는 조금 달랐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정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이들이 못 본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전 연령층이 ‘18’을 보고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친구와의 우정, 성장통, 가족과의 소통, 청소년 시기 때만 느낄 수 있는 고통과 고뇌 등 작품은 하나지만 여러 개의 메시지를 안긴다.
한윤선 감독 : “중, 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님이 ‘18’을 봤으면 좋겠다. 물론 입시교육과 공부와는 별개지만 학창시절 아이들이 안고 있는 부모와의 소통이 담겨있기에 관람했으면 한다. 청소년들이 부모와 소통이 어려워 고통 받고 있고 나 역시 그랬다. 학창시절 엄마가 나한테 편지 한 통 써줬으면, 아빠가 나에게 놀러가자고 말 한마디 해줬으면 싶었다. 때문에 차기작은 가족과의 소통을 다룬 작품을 준비 중이다. ‘18’로 자식들 나름대로 힘들다는 것을 부모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차엽 : “20~30대가 ‘18’을 보고 추억을 생각했으면 한다. ‘친구’ ‘바람’처럼 남자 냄새가 나는 영화라기보다는 울림 있는 청춘 영화다. 영화를 다 관람한 후 술 한잔 기울리며 추억을 함께 곱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차엽 : “영화의 앞부분에 ‘비트’ 정우성의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동도 엄마 역의 사현진 선배가 ‘비트’에 선아 역으로 출연했다. 이외에도 숨은 재미를 찾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