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의 탑(최승현·27)은 "실제 내 모습은 허술한 면이 많은데 그 점이 대길과 매우 비슷하다"고 웃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있고 승부 근성이 강하던 대길(최승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 줄이 오가는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본인의 말처럼 극 초반 대길은 허술해 보인다. 허세 가득한 모습은 귀엽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후반부 사랑과 우정에 목숨 건 화투판의 승부사 함대길은 충분히 최승현 본인의 매력을 어필한다.
최승현은 많은 사랑을 받았던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영화였기 때문에 사실 부담을 느꼈다. '과속스캔들', '써니'를 잇달아 흥행시킨 강형철 감독의 출연 제의를 받고도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많은 고민 끝에 감독의 손을 잡았다. "어느 순간 확신이 생겼죠. 감독님이 저를 계속 기다려주셨거든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책을 썼는데 꼭 승현씨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감동인 동시에 감독님을 향한 무한 신뢰가 느껴졌죠.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지만, 그게 또 도전해보고 싶은 자극이 됐습니다."
현재 그는 화투를 멀리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하면 재미 들릴 것 같기 때문"이란다. 추석 명절 가족들과 만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자 "다행히 가족들이 화투보다 윷놀이를 즐긴다"고 했다. 영화를 본 그의 가족들은 꽤 놀랄 것 같다. 화려한 패 돌리기 기술도 그렇지만, 노출을 병적으로 싫어한다는 그가 상의를 탈의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반소매 티셔츠를 안 입고, 긴 소매 옷을 입고 잠을 청하는 그인데 놀랄 만하다. 본인도 후반부 옷을 벗고 화투를 치는 장면은 고역이었다.
"사실 적응이 안 돼 정말 쑥스럽고 부끄러웠죠. 영화 중 가장 힘든 장면을 맞이한 거였는데 그래도 잘하길 바랐어요. 참고 연기했죠.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이렇게 세게 만들면 수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노골적으로 찍으면 원작에 방해되는 요소가 많은 영화가 될 것 같다'며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 만화 같은 작품이 나와 좋아요."(웃음)
신세경과 이하늬 등 여배우들도 후반부 속옷만 입고 화투를 친다. 또 이 두 명과 로맨스를 펼쳤는데 어땠을까. "세경씨에게 현장에서도 말했는데 '진짜 멋지다'고 했어요. 배우로서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청순 글래머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더라고요.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연기하는구나' 생각했죠. 하늬 누나는 남자를 안기게끔 하는 포근한 매력을 지닌 것 같아요. 이제껏 연예계에서 만난 분 중에 가장 털털해요. 두 분 모두 가식 없고 솔직하죠. 세경씨와 멜로 연기할 때는 세경씨를 좋아했고, 하늬 누나와 로맨스를 할 때는 누나를 사랑했어요. 헤헤."
최승현은 두 여인이 대길을 성장시켰다고 짚었다. 현실 속 최승현은 여자들로부터 어떤 걸 배우고 성숙해졌을까. 그는 재치 넘치게 넘겼다. "저는 밥이 성장시켜줬죠. 하하하."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여성을 대하는 법을 전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도 존댓말을 했다"며 "존댓말을 하면 다툼이 없더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성향상 그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호흡을 맞춰 친해졌을 법한 신세경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 이유다. 하긴 그는 다른 모든 이에게도 그렇다.
지난 2007년 드라마 '아이엠 샘'부터 연기에 도전한 최승현. 영화 '포화속으로'로는 많은 신인상을 따내며 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아이엠 샘' 때는 불량 학생이었다.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드라마 '아이리스'에 참여하면서 선배들과 연기하는 데 재미를 느낀 것 같다.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연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나는 아직 감추고 있는 패가 더 많은 것 같다"며 "사실 내가 뭘 가졌는지 나도 모른다. 그걸 발견하는 건 대중이 아닐까 한다. 안 보여준 게 아직 많다는 것 정도만 안다"고 했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