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개봉 예정인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헬로우 고스트’로 감동을 전한 김영탁 감독의 신작이다. 신작이 전작의 반전을 기대하는 이들을 만족하게 할 순 없겠지만, 분명 또 다른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그간 코미디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준 배우 차태현이 오랜만에 감동을 주는 역할로 나온 게 특기할 만하다.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차태현)가 뛰어난 포착 능력을 인정받아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로 떠오르게 된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웃음과 감동을 버무렸다.
차태현은 18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슬로우 비디오’ 언론시사회에서 “어떤 분들은 내가 많이 웃기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박2일’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니,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변화를 줄 기회라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며 “소재가 신선하다. 관객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엽기적인 그녀’) 견우와 영화 ‘바보’의 승룡이라는 캐릭터에 이어 3번째로 손에 꼽을 인물이다. 장부 역시 승룡처럼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안쓰러운 친구라 정이 가는 캐릭터”라고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도 있었다. 남다른 동체 시력의 소유자인 그는 대부분 선글라스를 끼고 출연했다. 차태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감정을 다 보여드리기 어려웠다”고 짚었다. 영상이 천천히 보이는 것은 카메라 기법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감정 표현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여장부의 첫사랑 수미로 나오는 남상미는 털털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인다. 남상미는 “감독님이 촬영 내내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 했다. 내추럴한 모습을 원하셨는데 샴푸하고 막 나와도 되는 모습이라서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찍으면서 느끼는 감동은 더해서 깜짝 놀랐다. 많이 울었다”고 만족해했다.
김영탁 감독은 “‘헬로우 고스트’도 일상에서 소중한 하루를 이야기하려고 만든 작품이고, 이 영화도 일상에서 ‘봄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을 떠올리고 만든 작품이다. 쉬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공감하도록 만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할리우드 메이저배급사 이십세기폭스가 참여해 시선을 끌기도 한다. 김 감독은 “내 시나리오를 좋아하는 이들과 작업하는 게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며 “현장에서 다들 나를 믿고 따랐다. 재밌게 촬영했고,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즐거워했다.
오달수가 CCTV 관제센터 선임 병수 역, 김강현이 장부의 측근이 되는 버스 운전기사 상만 역으로 출연했다. 고창석, 진경 등도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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