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국내 아이돌 산업을 지키거나 규제할 법적 근거요? 전혀 없죠. 일단 기획사들이 알아서 관리해야 해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아이돌 멤버들이 연이어 ‘가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규제할 법 조항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물론 손배소로 보상받을 수 있지만 이들을 공들여 키운 기획사의 정신적 피해나 앞으로 아이돌 산업의 입을 타격을 생각해보면 전혀 충분하진 않다. ‘죽 쒀서 개준다’는 속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국 아이돌 산업이 언제까지 부모 없는 자식처럼 홀대받아야 하는지 MBN스타에서 짚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기자 |
◆ 벌써 세 번째 이탈, 왜 속시원히 해결 못하나
최근 엑소 중국인 멤버 크리스에 이어 루한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슈퍼주니어 한경이 똑같은 절차를 밟은 뒤 그가 원한 대로 팀을 탈퇴하고 중국으로 넘어간 전적이 있기에 이들의 이탈은 그리 놀랍지 않은 소식이었다. 오히려 한번 패자의 쓴잔을 마신 SM이 두 사람과 재판에서 어떤 행보를 걸어갈지에 촉각이 쏠려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해외파 아이돌의 소위 ‘먹튀’를 막을 수 있는 제재나 조항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홍보이사인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더라도 당사자 간의 계약 관계이고 외국인과 분쟁이기에 법률 집행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획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나올 것이냐는 문제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국가가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아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률적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터라 해외파 ‘먹튀’ 아이돌을 견제하는 것은 오로지 기획사의 몫으로 남는다는 결론이다. 한류와 아이돌 산업이 국가 이미지를 상승시켰지만 산업 육성에만 급급하고 수습은 방관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엔터테인먼트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으로 더욱 거대해질 중국의 시장성에 비해 아직 피해 사례가 미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경, 크리스, 루한 등이 유명 아이돌이지만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국내 문화 산업이 입는 피해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만 다른 해외파 아이돌들도 이들의 영향을 받아 분쟁을 각각 벌이며 점점 부정적인 영향력을 키워간다면 법적인 규제 면에서도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렇다면 대륙을 향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소속사들에게 구원의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사진=MBN스타 DB |
◆ 결국은 ‘역지사지’, 중국 정서를 바탕으로 한 계약 이뤄져야
중국 출신 아이돌과 국내 기업의 분쟁은 시비를 가리는 문제가 아닌 이해득실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이런 류의 분쟁은 굉장히 민감하다. 자칫하다간 중국 시장을 잃고 소탐대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법적 규제 조항이 없어서 외국인 멤버들의 상도와 양심을 따질 수밖에 없지만 민족적 정서가 다르기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자녀 출생 장려 운동’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황금주의가 만연한 중국 정서상 계약서의 강제성이 국내만큼 강하지 않아 국내 기획사는 이를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예관계자 A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중국 출신 아이돌 일부는 독자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까짓 것 손해배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나홀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 혼자 수익을 다 가질 수 있는데 굳이 한국 회사, 멤버들과 나눠가져야 하는지 의문을 지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소속사와 분쟁이 걸린 스타를 도의상 기용하지 않는 국내 연예계와 달리 중국 연예계는 ‘소송은 소송이고, 활동은 활동’이라는 기조가 강해 이런 문제 스타들도 손쉽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중국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 있다면 이 같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가수 보아가 일본 진출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글로벌 스타마케팅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먹튀'라는 상상도 못한 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보다 현명한 외화벌이를 위해선 중국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춘 계획을 잡는 수밖에 없다. 물론 한류 덕을 톡톡히 보면서도 이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울타리를 조성하지 않은 국가의 안일한 태도에 큰 문제가 있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 막는다’고 지금 상황에서는 기획사 스스로 영민해져야하지 않겠는가. 제2의 크리스, 루한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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