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고인은 분당 수내동 음악작업실과 경기도 광주 자택을 들러 안성으로 왔다. 자택에서 차량으로 이동했을 때 약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거리. 신해철의 고향이자 친지들이 많이 살고 있는 대구와도 거리가 멀다.
지난 27일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소속사도 유족도 경황이 없었다. 빈소가 차려진지 3일이 지나서야 장지가 결정됐던 터다.
고인의 어머니조차 "괜찮을 것이다. 젊은 사람이니 금방 일어날 것"이라고 소속사 관계자들을 안심시켰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소속사 관계자는 "아무도 허망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안성 유토피아추모관 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고인의 넋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는만큼 최고 예우를 갖춰 모시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추모관 측은 일종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추모관은 고 정다빈이 영면한 곳이기도 한데 그간 고인을 내세워 이름을 알렸다. 이제는 '고 신해철 님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추모관 앞에 걸렸다.
하지만 유족이 유토피아추모관 측의 '조건' 때문에 장지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좋은 자리를 드리겠다'는 추모관 측의 제안을 뿌리쳤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 수 있는 곳보다 편히 잠들 수 있는 평범한 자리를 선택했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경기도 광주 집과 가까운 오포읍에 있는 분당 S 추모공원 측에서도 고인을 모시겠다고 나섰었다.
S추모공원은 고 최진실을 비롯해 다수 유명인이 잠든 곳으로 더 유명하다. 다만 공교롭게도 고인의 의료사고 의혹이 제기된 가락동 S병원과 이름이 겹친다.
소속사 관계자는 "유족의 거부감이 컸다"고 말했다. 장협착 수술을 한 S병원에 대한 유족의 원망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속사 측은 유해를 안치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발표와 관련한 유족 측 입장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갑작스런 고인의 죽음은 병원 측 의료사고 의혹이 제기되며 대중의 분노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 협착증을 수술했던 가락동 S병원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법적 공방이 예상되지만 의료사고 가능성이 어느 정도 포착됐다.
'S병원장이 아산병원에 오기 5일 전 신해철의 비만수술도 했다고 말했다'는 진료기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신해철 측은 S병원장이 말한 '비만수술'이 '동의하지 않은 위축소수술'로 판단하고 있다. 부검을 맡았던 국과수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도 "위장 외벽 부위를 15㎝가량 서로 봉합한 흔적이 보였다"며 "소위 말하는 위 용적을 줄이기 위한 시술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를 맡은 경찰이 확보한 자료에도 이같은 정황은 전해졌다. 사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소장과 심낭의 천공이 발생한 시기가 문제인데, 장협착 수술을 받기 전후 엑스레이 사진이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결정적 단서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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