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지난 여름 예능의 키워드가 ‘해외여행’이었다면 가을 트렌드는 ‘귀농(歸農)’이다. 왜 TV는 농촌으로 되돌아갔을까?
최근 방송가에 예능, 드라마 너나 할 것 없이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를 시작으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N ‘삼시세끼’까지. 여기에 젊은 청년들의 귀농을 주제로 한 tvN 드라마 ‘황금거탑’과 SBS 주말드라마 ‘모던파머’까지 합세하면서 농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씩 등장하고 있다.
2014년, 가장 먼저 농촌으로 눈길을 돌린 주인공은 바로 ‘사남일녀’였다. 체험예능과 가족예능이 가장 ‘핫’한 트렌드로 떠오른 당시 서로 다른 다섯 명의 남녀 스타들이 모여 가상의 남매가 되는 ‘사남일녀’는 시골에 계신 가상의 부모님과 4박5일을 보내는 콘셉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사남일녀가 됐던 방송인 김구라, 배우 김민종, 전 농구선수 서장원, 배우 김재원과 막내 딸 이하늬는 부모님을 도와 농촌의 일손을 도우면서, 시청자에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었다.
이와 같은 농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도시에 없는 그 곳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힐링’을 필요로 하는 시대 속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과 농부들의 순박한 삶은 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대끼는 시청자들에게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진행할 경우 농촌 소재의 장점은 더욱 빛난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평소 살던 곳과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예능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C ‘무한도전’의 농촌특집이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전원일기 특집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들이 특집으로 농촌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사남일녀’와 ‘삼촌 로망스’를 시작으로 농촌에 눈을 돌린 방송사들은 농촌 소재의 아이템들을 하나 둘 씩 활용하며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방송계 새로운 트렌드로 꼽히고 있는 농촌 소재는 ‘애그리테인먼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상황이다. 애그리먼트란 농업(agriculture)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말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농촌소재 프로그램 중 가장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삼시세끼’ 역시 도시인들의 꿈꾸는 농촌생활의 판타지에 기초해 만들어진 예능이다. ‘삼시세끼’의 연출을 맡고 있는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의 배경으로 농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농촌은 도시 사람들이 꿈꾸는 편하게 살고 싶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농촌에는 여러 가지 면이 있고, 그 곳에 살아가는 이들은 그것이 생활이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지만, 도시에 있는 사십대의 많은 직장인들은 ‘귀농하고 싶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판타지가 있다”며 “귀농 역시 여행과 똑같은 것이다. 누구나 바쁜 도시 속에서 살다가 시골의 풍경을 보면 ‘저렇게 나도 밥이나 하고 먹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농촌 소재가 눈길을 끄는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도시국가인 만큼 역으로 농촌으로 귀환을 꿈꾸는 이들이 등장하고,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농촌 소재의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2013 도시계획현황 통계'에 따르면, 도시에 사는 인구는 4683만7578명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14만여 명 가운데 91.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산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농촌으로 뛰어는 이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와 예능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진종훈 교수(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는 이에 대해 “세상이 급격하게 바뀌고 변화하는 상황 속 원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시청자들의 관심에 따라 원류에 대한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다. 앞서 말한 원류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먹거리에 대한 기본 욕구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농촌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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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