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9일 중국 상해에서 진행된 영화 ‘인터스텔라’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 이날 한국 언론을 만난 여주인공 앤 해서웨이는 한국 방문에 대해 기억하지 못했다. 비공식적이고 10년이나 더 된 일이니 그럴 수는 있다.
다만 요즘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흥행 중인데, 팬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한국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열고 한국 영화팬들을 만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스케줄상 한국을 들를 여유가 없어서거나 한국에서 이렇게 흥행할지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한국 관객은 서운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퓨리’ 레드카펫.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은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팬들에게 사인과 사진을 찍어주는 등 화끈하게 서비스했다.
이에 앞서 오전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피트는 한국 시장을 중요시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세계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한 레먼은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전투 장면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퓨리’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고 싶다”고 했고, 브래드 피트는 “한국의 재능있는 이들과 작업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을 방문했으니 의식적인 행동이고 립서비스일까? 사전 정보라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보였다. 앞서 상해에서 ‘인터스텔라’ 팀은 ‘아는 중국 감독이나 배우가 있느냐’는 한 중국 기자의 뻔한 질문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장예모 감독을 안다”고 하고, 배우들이 그에 동조하는 게 전부였다.
과거 한국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에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할리우드 영화 팀은 주로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에서 홍보 활동을 했다. 열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라왔으나, 바로 옆의 한국은 외면했다. 1~2시간 더 걸릴 뿐인데 한국은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멀어졌다.
다행히 요즘은 조금 바뀐 분위기다. 한국 시장을 찍고 가는 외화들이 많아졌다.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톰 크루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휴잭맨 등은 ‘지한파’로 불린다. 톰 크루즈는 한국을 꼭 방문해야 한다고 하는 이다. ‘미션 임파서블4: 고스트 프로토콜’ 홍보를 위해 한국을 가고 싶다고 제작사에 얘기해 성사시켰다. 부산영화제 기간이 아니었는데도 부산 영화 팬들을 만나고 싶다며 부산 영화의전당 앞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한 적도 있다. 물론 아직 한국을 찾지 않는 외화들이 더 많긴 하다.
이런 홍보 활동이 영화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증된 바 없지만,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는 한다. 이따금 내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서는 레드카펫 행사에는 구름관객이 현장을 찾는다. ‘퓨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 관객을 ‘호갱’이라고 본다”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한국 관객은 스타가 출연한다고 맹목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가끔 이해 안 되는 엄청난 흥행 성적의 영화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지만, 대부분 이해가 가는 성적을 기록한다. 특히 돈만 들이고 한국의 정서나 스토리를 고려하지 않은 영화들은 실패를 맛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외화와 한국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인터스텔라’는 놀란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력이 더해진 만듦새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대디가 4명의 병사와 함께 탱크 퓨리를 이끌고 적진 한가운데로 진격하며 펼쳐지는 전투를 그린 ‘퓨리’도 전쟁영화를 꽤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전쟁영화를 질색하는 이도 있겠지만, 남성팬들은 좋아할 만하다.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이 색다른 매력을 뽐내니 두 남성의 등장만으로도 여성 팬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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