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공동취재단 |
노환규 전(前) 대한의사협회장은 17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고인 시신에서 발견된 소장과 심낭의) 천공 자체는 의료과실로 보기 힘들다"며 "문제는 그 천공이 적절히 진단되고 바르게 처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일부 의료사고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환규 전 협회장은 고 신해철의 수술 전후 흉부엑스선 사진을 토대로 이같은 주장을 확신했다.
↑ 故신해철 흉부엑스레이(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
다만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의료인이 아닌 분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을 '의료과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의사들 생각으로 천공 그 자체는 의료과실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면 조직이 손상되고 출혈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조직들이 생겨나고, 수술 부위 조직들을 서로 달라붙게 한다.(유착) 따라서 같은 부위를 재수술할 경우 붙은 장들을 떼어내는 일(박리)부터 하는데 이때 종종 구멍이 나서 출혈이 발생한다. 특히 (장)벽이 크게 얇아진 경우 더 자주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두고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심장을 예로 들어) 의료 과실 혹은 의료 사고로 생각하는 의사는 없다. 만일 이것을 의료과실이라 한다면 심장재수술을 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심장 박리 중 심장에 구멍이 나는 일은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이 합병증을 적절히 조치해 수술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 신해철은 장 유착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유착된 조직을 떼어내는 박리를 하다보면 장기손상에 의한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좁은 시야로 해야 하는 복강경 수술은 수술 도중 장기천공이 발생해도 모르는 채 지나가기 쉽다. 심장의 경우처럼 이것 역시 의료과오 혹은 과실이 아니라 수술에 따라올 수 있는 합병증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이 본 지금까지 병원 측 과실은 다음과 같다. '천공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환자에게 심정지가 일어날 때까지 천공이 진단되지 않았다는 점 ▲그럼으로써 환자가 천공으로 인한 염증확산에 의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했다 점이다.
↑ 사진=유용석 기자 |
그는 "신해철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대다수 의사들은 경과만을 듣고서도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고, 부검결과 확인됐다"며 "그러나 동병상련의 동료의식이 얽히고설켜, 또는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의사들이 진실을 말하기를 주저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그런데 이 문제는 감쌀 일이 아니다. 더 이상 감쌀 수도 없고 책임이 없다고 무조건 감싸서도 안 된다. 의학적 문제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때 의사들이 전문가의 분명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의학적 권위를 지켜내자는 것이 내 변함 없는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적 감정자문은 국립과학수사연구권의 부검 결과와 더불어 경찰 수사에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지난 4월 불신임 돼 협회를 떠났으나 의료계 굵직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앞서 고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 씨는 대리인(소속사 관계자)을 통해 고인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했던 S병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수술 과정에서 의료과실 의혹 규명과 병원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가능성을 수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경찰은 그간 S병원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양측이 엇갈리고 있는 쟁점인 ▲ 동의 없는 위 축소수술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 수술 전후 장 천공 여부 ▲ 금식 지시 유무 ▲ 응급상황시 병원 처치 정황 등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고 신해철의 시신은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됐다. 부검 결과 고 신해철의 사망 원인은 복막염·심막염에 의해 합병된 패혈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신해철의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1차 부검소견에 의한 것으로, 추후 병리학적 검사와 CT 소견을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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