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100%의 현실감을 자랑하는 ‘찌질남’이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우기(故 이응재). 우기는 신여성 수진(최은아 분)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소심하고 남을 너무도 생각하기에 고백도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 중이다.
우기가 그저 답답해 보이는 친구이자 품절남(조석현 분)은 남자답게 용기 내 고백해보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우기는 신경 끄라며 가슴앓이를 이어간다. 수진을 향한 고백을 둘러싼 두 절친의 티격태격은 급기야 목숨까지 걸리고 때 아닌 ‘우정 싸움’으로 번진다.
얼떨결에 서로가 살아있음과 우정을 느낀 우기와 친구. 새 삶을 얻은(?) 우기는 용기를 내어 수진에게 전화를 걸고 화끈한 고백을 한다.
우기가 친구와 생명을 건 우정 싸움을 하는 그 시각. 수진은 결혼을 앞둔 친구 부부와 친구 네 명이서 휴가를 떠난다. 즐거움도 잠시 말싸움이 시작되고 차안은 정적이 흐른다. 수진 역시 친구들과의 우정이 흔들리지만 영리하게 위기를 극복하며 더욱 돈독해진다.
↑ 사진=포스터 |
각자 저마다의 사연으로 우정을 확인한 우기와 수진은 인삼을 사러 풍기로 당일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는 우기와 달리 수진은 시종일관 도도한 태도로 그를 맞이한다. 그러나 점점 우기의 순수함과 자신을 아끼는 진심에 수진은 마음을 연다.
‘춘하추동 로맨스’는 찌질함의 끝판왕을 자랑하는 남자와 쿨한 척의 진수를 보이는 여자의 솔직한 연애담을 담았다. 주인공 우기와 수진의 극과 극 성격은 현실감을 높여 리얼하다. 서로 밀당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중간 중간 웃음도 안기며, 교제 전 상대를 파악하는 현대인들을 잘 표현해 공감 간다.
특히 우기와 수진의 친구관계는 가장 리얼하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결국 티격태격하는 이들의 사이가 재미있다. 싸울 때는 그 누구보다 살벌하지만 금세 ‘친구’로 다시 뭉치며 우정의 의미까지 알려준다.
우기 역의 배우 이응재는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춘하추동 로맨스’는 이응재의 유작이다. 극중 찌질남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故 이응재의 연기가 대중들을 웃기고 울리지만 함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없어 짠하기만 하
6년이라는 긴 제작기간 끝에 개봉을 확정한 ‘춘하추동 로맨스’에는 남녀의 사랑과 우정, 계절의 변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단, 6년 전을 거슬러 가는 듯한 배우들의 화장과 의상이 조금 아쉽다. 오는 12월4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