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길, 아이를 위해 건너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처럼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소처럼 일하면서.”
이 세상, 어느 아버지든 간에 아마도 같은 마음일 거다.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자신의 아들·딸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그 것이 목숨이 되어도 기꺼이 내어 놓는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KBS PD로 입사해 ‘러브 인 아시아’ ‘다큐멘터리 3일’ ‘생로병사의 비밀’ 등 방송을 통해 활동하던 이경묵 감독의 ‘학교 가는 길’은 영하 20도 히말라야에서 일 년에 단 한번 열리는 얼음길 ‘차다’(chaddar, 얼음담요)를 건너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그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장장 20일 간에 걸친 등굣길에 나선다. 잔스카 강이 얼어붙으며 만들어진 얼음길 차다. 영화 속에서 노르부(캔럽의 아버지)는 “춥고 힘들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집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오는 길은 추웠지만 그래도 아이가 학교로 공부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따뜻했다”고 말했다.
험난한 길을 오가면서도 아버지든, 아이든 불만을 가지는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특히 아버지들은 아이가 1년 동안 사용할 생필품과 책을 짊어지고 길을 건넌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전보다 빨리 녹고 있는 강 때문에 고통은 더하다.
한낮에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에 녹아내린 물을 건너야 하는 아버지는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지를 벗어재끼고 아이를 업은 채 차디찬 물을 헤치고 걷는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영화에는 가슴 찡한 부성애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다큐멘터리 촬영의 대가인 백홍종 촬영감독이 아름다운 설원을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것. 배경이 되는 차 마을과 파룸 마을부터 시작돼 잔스카 강을 건너 레 마을에 도착하기까지의 길은 그야 말로
물론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험준한 길이지만 새하얀 설원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사이를 휘감는 잔스카강은 그야 말로 장관이다. 히말라야의 위험한 아름다움과 대자연의 웅장함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기는 영상미가 돋보인다. 오는 27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