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될성부를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은 아역배우 윤찬영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시한부 삶을 사는 엄마가 세상에 혼자 남겨질 아들을 위해 가족을 선물해 준다는 MBC 주말드라마 ‘마마’가 안방극장의 뜨거운 인기 속에 마무리 됐다.
송윤아의 6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마마’는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 속 송윤아를 비롯해 문정희, 정준호, 홍종현 등 흡입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성인배우부터 아역까지 그야말로 ‘연기 구멍’이 없었던 ‘마마’는 쟁쟁한 배우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또 웃기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 사진=판타지오 |
누나, 이모들의 마음을 흔드는 훈훈한 얼굴과 점잖은 성격, 보는 이들마저 울게 만드는 가슴 절절한 눈물연기까지. 어디 숨어 있다가 나온 것인지 매력덩어리 아역배우 윤찬영의 등장은 우리나라 남자배우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
‘마마’가 끝나면서 윤찬영의 활약을 잠시 보지 못하게 됐다. ‘마마’가 끝나 아쉬운 건 비단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 주도 ‘마마’의 촬영이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한 윤찬영은 끝나서 허전하고 또 허전한 마음을 고백했다.
“현장에서 선배님들 모두 한 분도 빠짐없이 다 잘해주셔서 편안했고, 감독님 역시 무척 잘 해주셔서 굉장히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촬영이 끝났다는 것이 더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다 잘해주셨지만 그중 제일 좋은 분 한 명만 꼽는다면 당연히 승희 엄마(송윤아)에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같이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많이 신경 써 주시고 잘해주셨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역에 몰입해 나중에 승희 엄마 눈빛만 봐도 눈물이 나올 정도였고 함께 연기하면서 배운 것도 무척 많았어요. 승희엄마가 송윤아 선배님이라서 무척 다행인 것 같아요.”
‘마마’가 끝난 14살의 윤찬영은 배우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촬영장이 아닌 학교로 발걸음을 옮긴 윤찬영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도 하고, 게임도 즐기고, 공부도 하며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냈다.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축구도 즐기며 촬영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했어요. 공부도 다시 시작했고요. 다만 ‘마마’ 끝나기 전에 예습을 하고 학교를 갔는데, 공교롭게도 진도가 딱 예습을 했던 다음 부분이더라고요. 못 배운 부분은 없었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적응해 나가고 있어요. ‘마마’가 끝나고 학교를 갔더니, 예전에는 몇몇 친구들과 선배님들이 ‘쟤 연예인이래’라고 했는데, 이제는 모든 친구들과 선배님들 선생님들까지 다 좋아해주시고 반겨주세요. 싸인 요청도 조금 있어요. 모르는 친구들은 저에게 사인해 달라는 부탁은 잘 안하는데, 친한 친구들이 사인 좀 받아달라고 부탁해요. 여자 친구요? 없어요. 고백하는 친구도 없는 걸요.”
↑ 사진제공=판타지오 |
“이전에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는데 ‘마마’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요. 팬들이 늘었는데, 팬이 생긴 만큼 많은 분들이 챙겨주세요. 예전에 아침촬영을 할 때였어요. 그때 카페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침 못 먹었지’ 하면서 샌드위치와 핫초코 주시시더라고요. 그리고 극중에서 아빠 태섭(정준호 분)가 그루에게 만년필을 선물로 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 만년필을 선물해 주신 분도 있었고, 그리고 또 어느 날은 ‘마마’ 촬영 도중 학교에 갔었는데 학교로 택배가 온 적도 있었어요. 이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마마’의 그루는 언제나 늘 바쁜 엄마에게 반항하는 까칠한 사춘기 소년에서부터 아픈 엄마를 걱정하며 옆을 지키는 듬직한 아들이 되기까지 가장 극적인 성장을 보여준 캐릭터였다. 윤찬영은 어른스럽고 의젓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그루의 모습을 부족함 없이 표현했다. 마치 그 자신이 한그루 인 것처럼 말이다.
“그루랑 저와 닮은 점이 많아요. 운동 좋아하는 부분도 끄렇고, 친구 사귀기 좋아하는 부분 역시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고민이 생기면 그루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혼자 생각을 많이 한다면, 저는 고민이 있으면 엄마랑 친구에게 모두 털어놓고 생각하는 데로 말한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바쁜 엄마에 대하 속상한 그루의 마음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가지만, 그래도 초반에 엄마에게 너무 막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저는 그루와 달리 정전이 되고 천둥 번개가 쳐도 울지 않는다는 거예요.”
↑ 사진제공=판타지오 |
“우는 장면이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촬영을 하기 전까지 내내 고민해요. 그리고 신을 잘 찍으면 매우 행복해져요. 신을 찍기 전까지는 정말 우울한데 우는 장면을 잘 해내면 감독님께서 칭찬도 많이 해 주시고 뿌듯하고 막 그래요. 예전에 ‘엄마 까투리’ 장면을 찍을 때 그 때 감독님을 비록해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려서 무척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윤찬영의 엄마가 말하는 윤찬영은 어렸을 때부터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가정 분위기 속에 자라난 윤찬영은 2009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며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힘이 닿는 선까지 스스로 도전해 보라’는 부모님의 열린 생각과 지원 속 연기를 시작한 윤찬영은 이제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윤찬영’이라는 이름의 배우로 자리 잡게 됐다.
“‘마마’ 시작 전보다 10cm가 더 컸고 변성기도 왔어요. 사춘기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만약 온다고 하더라도 ‘마마’ 덕분에 그루를 통해 한번 겪어 봤으니 조금 더 부드럽게 넘어갈 것 같아요. 그러지 말
극중 그루와 달리 아직 사춘기를 겪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윤찬영. 그루처럼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름의 사춘기를 맞이하게 될 윤찬영에게 혹시 현재 고민거리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
“전 지금이 행복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