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P 멤버 전원이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지난 26일 제기한 것이다.
앞서 가요계에는 B.A.P 멤버 일부가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원만히 봉합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번에 멤버 일부가 아닌, 전원이 소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특히 B.A.P가 문제삼은 부분은 연예계 전반에 걸친 일반적인 관례여서 어떠한 결과에 따라 연예인과 기획사 간 분쟁이 폭풍처럼 휘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익 정산 부분에 대한 불만은 법정에서 따져봐야 알 일이지만, 전속계약 체결 시점과 그 기간에 대한 문제는 복잡하다.
B.A.P 멤버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계약서 7년에 비해 계약기간이 훨씬 길다"고 주장했다. B.A.P는 2011년 3월부터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아니라 앨범이 최초 발매된 때부터 7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현 연예기획사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비슷하다. 2010년 SM엔터테인먼트와 JYJ(재중·유천·준수, 과거 동방신기 3인)의 전속계약 분쟁 덕, 수정된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이들조차 앨범 발매 시기 이후 7년으로 규정한 연예인이 많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심지어 앨범 발매 시기가 아닌, 활동 기간 7년으로 규정한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남자 가수 A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은 비활동 시기로 치부돼 전속계약 기간에서 빠진다. 정상급 걸그룹 B는 해외 활동 기간 또한 별도로 계산된다. 오직 국내 활동 기간 7년이란 이야기다.
각 연예기획사는 공정위의 권고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이 때부터 '연습생 계약'이란 말도 나왔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훈련시키는 과정을 전속 계약 기간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연예인)과 7년 계약을 맺지만 구체적인 세부 지침까지는 없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꼼수' 혹은 '묘책'을 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더 심했다. 표준계약서 수정 전 공정위 자료(2010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2009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예인 계약 현황을 파악한 결과, 10대 가수 및 연기자 90명 중 47명(52.2%)이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남자 가수 37명의 59.4%인 22명이 10년 이상 계약에 해당됐으며, 유명기획사 소속의 한 10대 여가수의 경우 계약기간이 무려 17년에 달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 외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의 내용으로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거나 소속사의 허락 없이는 연예활동을 중단 혹은 은퇴할 수 없도록 한 조항 등이다.
이에 공정위는 표준계약서를 제시, 장기간 전속계약에 대한 폐해를 막고자 계약기간을 원칙적으로 7년으로 정했다. 가수는 당초 계약 기간에 제한이 없었지만 7년이 넘으면 가수가 계약해지를 주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연예인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수입확보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덕분에 요즘 대부분의 기획사는 신인과 계약을 맺을 시 5년~7년 사이로 기간을 정한다. 그러나 연예 기획사 측은 여전히 계약 기간에 대해 불만이 많다. 소속 연예인에 대한 투자비용 회수를 고려하면 공정위가 제시한 최대 7년이란 기준은 턱없이 짧다는 주장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인 트레이닝에 쏟고 있는 마당에 투자는 많이 하고 이를 회수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신인 발굴보다 대형 스타 확보 경쟁에 뛰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아시아권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선전하는 비결이 바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며 “해외에서 이러한 트레이닝 비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계약기간을 일률적으로 설정한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전속계약은 형식적으로만 최장 7년일 뿐 실제 계약기간은 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예산업은 그 특성상 투자 위험이 높고, 신인을 육성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 중 소수만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장기간 계약기간이 필요하다 것이 일반적 주장이다.
스타 연예인의 계약기간은 짧게 2년 정도인 것도 있지만 신인은 10년이나 그 이상 되는 경우가 많다. 계약 체결 시점에서의 7년이 아닌 앨범 발매일로부터 7년 계약이라면 연습생 시절 및 연예인의 사정에 의한 연예활동 중단 기간은 제외되므로 존속 기간은 대부분 10년을 넘을 수밖에 없다.
정답은 없다. 전속계약도 계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이란 계약에 의한 법률관계 형성이 법 제한에 부딪치지 않는 한 완전한 각자의 자유에 맡겨지며, 법도 그러한 자유의 결과를 될 수 있는 대로 승인하겠다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역시 형식적인 7년 계약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당시 '음악실연자의 불공정한 지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가했던 인천대학교 이충훈 교수(법학과)는 “이러한 일련의 논란은 전속계약 체결시점부터 사업자와 연예인이 불평등한 지위에 놓인 점도 있고, 연예매니지먼트사업의 영세성 및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하기도 한다”며 “현실적으로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계약 내용의 불공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연예인 전속 표준계약서 사용이 강제사항이 아니지만 연예인들은 애초에 이를 근거로 공정한 내용인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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