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SNL코리아’ 작가로 이름을 알린 유병재(27)가 지상파 방송 예능에까지 진출했다. 그는 1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을 펼쳤다.
‘라디오스타’는 다른 토크쇼에 비해 ‘거친 발언’에 관대하기에 유병재가 직설 화법을 어떻게 발휘할지 관심이 쏠렸다. 3년차 막내작가인 그는 ‘개XX’라고 욕을 하고, 특유의 울상을 짓는 등 독설가 김구라에게 지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개그 팬들과 네티즌들이 유병재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에서 한번쯤 긁어줬으면 하고 바랐던, 일상에 숨은 요소들을 시원하게 까놓고 드러낸다.
이러한 웃음코드는 방송 데뷔 전부터 통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기발한 개그감각을 쏟아냈고, 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별의 아픔을 ‘편강탕’에 비유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내 앞엔 항상 네가 있어”라며 “카페베네 같은 년, 김창숙 부띠크 같은 년, 편강탕 같은 년”이라는 글로 이별의 아픔을 표현했다.
수시로 접하는 똑같은 광고에 노이로제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때였다.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라지만 광고에서 느끼는 짜증도 함께 해소됐다. 이렇게 그는 뜻하지 않게 유명인이 됐다.
사실 유병재는 유튜브 스타였다. 친구들과 재미로 만들던 유튜브 영상은 인기 있는 콘텐츠였다. 이를 계기로 한 PD의 눈에 띄어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 참여했다.
유세윤의 조수로 등장한 유병재는 한 마디씩 맛깔나게 대사를 내뱉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그팀 ‘옹달샘’을 결성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유세윤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존재감을 키웠다.
어디에 붙어도 톡톡 튀는 매력이 그의 장점이다. 무표정인 듯 울상 짓는 모습이 해학적이다. 이런 모습을 적극 활용한 것이 ‘인턴 전쟁’이라는 코너다.
유병재는 최근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 한 코너에서 직설적으로 현 세태를 묘사했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이 XX야’라는 유행어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유병재는 이후 ‘SNL코리아’의 작가로 등단하는 행운을 안았다. 연예인의 매니저로 분해 고통을 겪는 코너인 ‘극한 직업’에서 그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오늘부터 출근’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유병재는 의도치 않게 ‘예언자’가 되기도 했다.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한 ‘공적영역에서의 언어’가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의 ‘총각 행세 불륜설’과 엮이며 화제가 된 것.
네티즌들은 ‘불륜설’에 대해 에네스 카야가 발표한 사과문에 사용된 문구들을 ‘유병재 식’으로 바꾸느라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가령 ‘본의 아니게’는 ‘예상과는 다르게’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는 ‘내가 한 짓이다’로, ‘많은 것을 배웠고’는 ‘국내 비속어의 종류를’로, ‘진정성을 담았다’는 ‘이 글은 궁서체로 작성되었다’로, ‘경솔하게 행동한 점’은 ‘치밀하지 못했던 점’으로 바뀐다.
‘예능계 샛별’이라는 뜻밖의 여정을 하고 있는 유병재. 그저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해온 것이지만 상상 이상의 인기에 부담을 느낄 법하다. 얼떨결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는 반응이다.
그는 “2011년 KBS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는데 시험 전날까지 콩트를 짜지 못해 떨어졌다”면서도 “작가 일이 재밌다”고 말했다.
한 인터뷰에서는 “종자돈을 모아 떡볶이집을 차리면 작가 본업으로 돌아가 대중에게서 잊히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은 소망을 이루기는 요원한 듯 보인다. 대중의 관심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그의 열애설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이슈였다.
최근 ‘SNL코리아’ 전 조연출과의 열애 사실을 인정한 유병재는 이 때에도 기지를 발휘했다. 열애를 인정하면서도 “일주일에 다섯 번을 싸운다. 그렇게 막 핑크빛은 아니다”고 유머를 녹였다. ‘오빠 동생 사이’ ‘조심스럽게 만나는 중’ 같은 뻔한 문장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정석을 벗어난 입장 발표문이었지만 누구도 불쾌해 하지 않았다. 핵심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비상한 능력 덕분이다.
한 프로그램의 메인작가가 된다면 하고 싶은 작품도 이미 구상했다. 기업 회장이 평사원으로 위장해 회사 생활을 관찰하는 ‘언더커버보스’처럼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그리는 것.
‘2014년 예능 샛별’로 지상파 예능에 진출한 유병재. 그의 2015년은 어떨까. 예능에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 ‘기막힌 웃음’을 기대케 하는 유일한 인물, 또 ‘기상천외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로 명성을 이어갈지 팬들은 기대감을 돋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