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러브레터’는 아련하다. 긴 자로 책상 아래 틈을 휘졌다보면 발견되는 잊고 지낸 물건에 대한 반가움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특히 누구나 마음속에 품었던 ‘감성’을 자극해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마치 잃어버렸던 시간을 찾은 듯 애틋하다.
이 작품은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기에, 스토리는 그대로 밟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이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새롭다. 때문에 영화에서 느껴졌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나, 기억이 가지고 있는 먹먹함은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오게 된다.
↑ 사진= 로네뜨 |
순간순간을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는 히로코의 모습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가질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진다. ‘러브레터’가 갖고 있는 힘 또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회상과 동시에 현실을 걷는다. 잃어버렸던, 잊고 지냈던 과거와 마주하는 히로코의 모습은 잊고 지낸 사진을 보는 것처럼 반갑다.
하지만 ‘러브레터’는 먹먹하다. 망자(亡者)를 기리는 히로코나, 그런 히로코를 곁에서 지켜봐주는 아키바의 모습은 애처롭다. 이츠키의 편지를 받은 히로코는 세상을 떠난 이츠키가 보낸 편지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오지 않을 편지를 받은 이츠키가 받은 감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동감할 정도로 안타깝다.
↑ 사진= 로네뜨 |
이 작품은 슬픈 감정라인이 마냥 지속되지 않는다. 감기에 걸린 여자 이츠키가 꿈에서 소년 이츠키를 보거나, 병원 신에서 여자 이츠키가 아버지를 떠올리는 데 이어 소년 이츠키, 소녀 이츠키와 함께할 때는 몽환적이면서도 스릴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여자 이츠키가 접하는 소년 이츠키와 소녀 이츠키의 순수한 감정, 이를 뒤늦게 깨달은 이츠키가 느끼는 마음은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처연하다. 하지만, 엄마와 할아버지가 꾸미는 장면이나, 소년 이츠키와 소녀 이츠키의 학창시절 모습은 미소를 머금을 만큼 훈훈하다.
‘러브레터’는 순수하게 느꼈던 ‘첫사랑’에 대한 감성에 귀 기울이게 되며, 손끝이 아닌 펜 끝으로 진심을 전하던 잃어버린 시간을 되짚은 작품이다. 소년 이츠키가, 소녀 이츠키에게 건넨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이 더 와 닿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