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록스타 미야비(33)가 영화 ‘언브로큰’에 출연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제의 잔학한 만행이 담긴 영화에서 일본인 고문관을 연기했다는 이유다.
‘언브로큰’은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제작한 영화다. 올림픽 육상 국가대표지만 태평양전쟁에 참전, 850일의 전쟁 포로라는 역경을 모두 이겨낸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그렸다.
미야비는 극 중 포로수용소의 악랄한 감시관 역을 맡았다. 문제는 작품에 일제의 잔혹한 전쟁포로 생체실험 등이 담긴 것.
일본 극우 세력들은 안젤리나 졸리를 ‘악마’라며 입국금지 운동을 벌였다. 또 ‘언브로큰’의 일본 상영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불똥은 미야비에게도 튀었다. 자국의 록스타가 논란이 되는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일본대중은 배신감에 휩싸였다.
특히 현지 네티즌들은 미야비의 조부모가 재일교포3세라는 점을 들먹이며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미야비는 17세에 ‘드류퀼츠’라는 록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던 그에게 ‘언브로큰’의 와타나베 상병 역을 제안한 것은 안젤리나 졸리였다.
졸리는 악의 영역으로 적합한 배우를 찾던 중 ‘무대를 장악하는 록스타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해 미야비를 소개 받았다. 그는 용서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미야비를 설득했다.
미야비는 “‘언브로큰’이 미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쟁으로 희생됐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첫 연기 소감을 밝혔다. 31일 국내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