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러브, 로지’는 힐러리 스웽크,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영화 ‘P.S 아이 러브 유’의 원작 소설가 세실리아 아헌이 22살 때 쓴 베스트셀러 소설 ‘무지개들이 끝나는 곳’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짝인 로지와 알렉스가 로지의 18살 생일파티 이후로 12년 동안 얽히고설키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 영화는 두 남녀의 연애사를 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지만 각 신과 맞아떨어지는 명곡들의 향연으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음악을 통해서도 해당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No.1 비욘세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주인공 로지(릴리 콜린스 분)와 알렉스(샘 클라플린 분)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이날 두 사람은 술에 진탕 취한 채 그야 말로 망나니처럼 놀아댄다. 제이지(Jay-Z)의 거친 래핑과 비욘세의 그루브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격렬한 클럽파티 신에 적용돼 아찔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훗날 이 장면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전사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당시는 그저 클럽파티에 불과하지만 ‘너의 촉감은 나를 미치게 만들어’(Got me looking so crazy right now, your touch)라는 가사가 은근히 이날의 일을 대변하고 있다.
-배순탁 작가: 2003년에 공개된 이 곡은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의 가까운 미래를 고스란히 대변해준 곡이다. 비욘세의 첫 번째 솔로 빌보드 넘버원이기도 한 이 곡은 샘플링된 곡의 존재를 알아야 그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카고 출신 보컬 그룹 치라이트(The Chi-Lites)가 1970년에 발표한 곡 ‘아 유 마이 우먼’(Are You My Woman). 사실 제이지와 비욘세는 2002년부터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한 관계였다고 하는데, ‘크레이지 인 러브’와 ‘아 유 마이 우먼’이라는 제목만 봐도 1년 뒤인 2003년 당시, 어떤 스파크가 둘 사이에서 튀고 있었는지 정도는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배경 덕에 영화 속 장면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앙상블을 일궈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 No.2 릴리 앨런 ‘퍽 유’(F**k You)
그렉(크리스티앙 쿡 분)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지가 그를 찾아가 주먹을 날리는 장면에 릴리 알렌의 ‘퍽 유’가 삽입됐다. 이 음악의 경우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통쾌한 선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발칙한 여성의 밝은 디스곡인 이 음악은 바람을 피운 남편 그렉으로 인해 상심하는 게 아닌, 화끈한 주먹 한 방을 날려주는 로지의 상황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특히나 ‘꺼져’(Fuck you, fuck you very very much)를 연신 남발하는 가사는 관객들에게까지 통쾌함을 전달한다.
-배순탁 작가: 이 곡은 실상 굉장히 ‘정치적’인 노래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이 곡에서 릴리 알렌이 과연 누구를 향해 ‘Fuck You’를 날리고 있느냐에 위치해 있을 텐데, 그건 다름 아닌 당시 미합중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였던 것이다. 이 곡을 발표하기 전, 릴리 앨런은 한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엿을 먹이고 있다”라며 분노를 토해냈던 바 있다. 그러한 분노를 이렇듯 상큼한 멜로디로 승화할 줄 아는 재능이라니,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정치적인 곡이라고 해서 남녀 관계에 쓰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바람피운 남편에게 울고불고 콧물 쏟고 하기 보다는 릴리 앨런처럼 시원하게 한방 먹일 줄 아는 주인공. 물개박수를 보내고 싶다.
# No.3 케이티 턴스털 ‘서든리 아이 씨’(Suddenly I see)
케이티 턴스털의 ‘서든리 아이 씨’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오프닝곡으로 쓰이기도 했다. 동경하는 여성의 모습을 노래한 이 곡은 로지가 뒤늦게 알렉스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마음을 깨닫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과감히 포기한 채 달려가는 로지의 모습은 수없이 엇갈린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배순탁 작가: 우리는 살면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고는 한다. 케이티 턴스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자신이 선배 뮤지션인 패티 스미스(Patti Smith)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을 깨달은 케이티 턴스털. 이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에 돌입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곡 ‘Suddenly I See’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은 사랑보다는 ‘자아성찰’적인 측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 역시도 결국에는 ‘자신의 발견하는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고 보면, 상큼한 진행과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곡이 이 장면에 꽤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