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인 장면”이라고 했지만 많은 소녀, 누나 팬들은 충분히 좋아할 것 같다. 샤워장면은 김우빈의 섹시함을 돋보이게 한다. 물론 굳이 벗지 않았어도 천재 금고털이범의 행동과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거다.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섹시미를 뽐냈다면, 김우빈은 그것과는 또 다른 섹시함을 2시간 동안 전한다.
‘기술자들’은 뛰어난 두뇌의 금고털이 지혁(김우빈)과 인력 조달 전문 바람잡이 구인(고창석), 천재 해커 종배(이현우)가 인천 세관에서 1500억 원을 빼돌리는 이야기다. 영화는 1500억 원이라는 ‘큰판’이 벌어지기 전, 각각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빠른 전개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재미가 있다. 경비가 삼엄한 금고와 보석상을 깔끔하게 털고, 와이어를 이용한 액션과 카 체이싱, 폭파 장면 등도 관객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또 초반부터 심어 놓은 요소들로 인한 반전도 눈에 띈다. 1500억 원의 판을 꾸민 밀수업자 출신의 조직 보스 조사장(김영철) 측과 지혁 팀이 살얼음판 같은 동업(?)을 하며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는 흥미롭다.
김우빈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조 사장 오른팔인 이 실장 역을 연기한 임주환의 변신도 영화를 보는 포인트다. 그간 착하고 성실한 역할로 인사했던 그가(특히 한 네티즌의 표현을 빌리자면,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서 그토록 착하고 순했던 우리 준수가) 완전히 변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얼굴 한가운데를 가르는 깊은 상처는 카리스마가 철철 넘친다. 주인공이 아닌 탓 그의 이야기는 부족해 보이지만, 임주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냈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조사장의 말 한마디에 뭐든 하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속편이 나온다면 이 실장 편 스핀오프가 가장 기대된다고 해도 될 정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케이퍼 무비이긴 하지만, 더 빠른 전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있을 법하다. 또 후반부 지혁의 아부다비 등장 신은 전개상 그다지 필요해 보이진 않는다. 물론 김우빈 팬은 말랑말랑한 끝맺음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2012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공모자들’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고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김홍선 감독의 차기작이기에 청불 등급을 겨냥해 만들었다면 좀 더 강렬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116분.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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