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목소리를 잃어버린 천재 성악가 배재철. 그는 왕년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현재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여전히 오페라 팬들에게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최고의 자리에서 밑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는 길, 꼭 천재가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그 길은 힘들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는 배재철의 전성기와 바닥, 재기의 첫 무대를 담았다. 배우 유지태가 훌륭한 목소리로 유럽의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던 천재 성악가 배재철을 연기했다. 실화가 바탕이라는 얘기다.
극 중 재철은 유럽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인 테너. 재철의 무대를 보고 감동한 일본 공연 기획자 사와다 코지(이세야 유스케)가 그를 일본 공연에 초대하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유럽으로 돌아온 재철은 다시 새 공연을 준비하지만 갑자기 쓰러지고, 갑상생암 판정을 받은 천재 성악가는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목소리를 잃고 만다. 좌절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재철. 재철의 아내 윤희(차예련)와 사와다 코지는 그를 재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유지태는 천재의 자신감과 거만함을 적당히 섞어 깜짝 놀랄 연기를 펼친다. 나락으로 떨어져 좌절해 폐인이 된 감정연기 역시 탁월하다. 오페라 무대 위에서 싱크가 절묘한 노래를 부르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7곡의 노래를 이태리어로 외우고 발성, 호흡, 표정 등의 연습에 몰두한 결과다.
물론 초반에 등장하는 유지태의 노래에는 몰입이 안 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유지태가 성악을 1년 동안 연습했다고는 하지만 첫 노래부터 ‘노래 잘하는 데, 유지태 목소리는 아니네?’라는 삐딱한 생각을 먼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후반부 목소리를 잃고 노래하는 모습이 조금은 더 실제 유지태가 노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성을 조금 달리했으면 보완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배재철이 유지태의 연기와 영화 자체에 큰 만족도를 표했고, 유지태가 혼을 쏟아낸 연기력으로 어색함을 상쇄시키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화는 푸치니의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들고’,
재철과 갈등 관계를 보이는 멜리나(나타샤 타푸스코비치)도 영화에 필요한 구성 요소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114분. 12세 관람가.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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