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위기에 당면한 출연진 혹은 프로그램을 향해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그에 따른 결과는 책임질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형님, 왜 문상무님에게 청혼한 걸 안했다고 그러세요. 제가 분명히 들었는데. 솔직히 그렇잖아요. 청혼했는데도 손가락에 반지가 없는 거 보면 문상무님에게 아무 이야기도 없었다는 건데. 왜 사건을 은폐하시려 그러세요.”
아무리 철이 없더라도 최근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속 손담비를 보면 혀끝이 자신도 모르게 끌끌 차지는 이들이 한 둘은 아닐 것이다.
대형 병원 원장의 딸로 자라 풍족한 집안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해맑게 자란 효진(손담비 분)은 아빠의 병원 의사로 근무하는 강재(윤박 분)에게 한 눈에 반해 결혼까지 결심한다. 집안의 배경 차이가 커 말리는 엄마의 반대에도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한 효진. 결혼을 하면 철이 든다는데 티 없이 순수한 효진의 성격은 쉽사리 변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눈치는 필수요, 뱉은 말도 다시 봐야 할 그 무시무시한 ‘시댁’이지만 살아온 삶이 ‘오구오구’인 효진은 순백의 순수함으로 시댁식구들의 뒷목을 잡게 한다. 죽은 시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맡은 고모 순금(양희경 분)이 돌리는 청소기 소리에도 들은 체 만 체, 아침 식사 준비는커녕 그저 순금과 서울(남지현 분) 떠다주는 국을 고맙다며 맛있게 먹을 뿐이다.
그리고 눈치가 얼마나 없는지 시누이 강심(김현주 분)이 태주(김상경 분)에게 프러포즈 하는 광경을 목격한 효진은 온 가족에게 소문을 내고 다닌다. 거기까지 했으면 딱 좋았을 텐데, 효진의 폭로는 계속된다. 부끄러운 강심이 애써 아니라고 부인하는데도 “헛들은 거 아닌데, 틀림없이 제대로 들었는데. 정말이다. 내가 똑똑히 들었다”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대답할 뿐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창피해 얼굴이 뻘게진 강심을 이해하지 못한 효진은 “형님 말씀이 지나치시다. 왜 한 건 안했다고 하시냐”나더니 급기야 “진짜로 거절당한 거냐”는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하고 만다. 그만하라는 강재의 만류에도 효진은 “솔직히 그렇잖아요. 청혼했는데도 손가락에 반지가 없는 거 보면 문상무님에게 아무 이야기도 없었다는 건데”라고 시댁 어른들 앞에서 자신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우긴다.
사실 이 같은 효진의 발언은 시누이가 아닌 친구가 그랬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위험한 발언 중 하나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답변이 안 와서 끙끙대는데, 효진처럼 말을 한다고 했을 때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효진은 시댁 주변에서 제일 해서는 안 될 ‘시댁 뒷담화’를 하고 만다.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강심의 흉을 본 효진은 “꼬장꼬장 마귀할멈이 따로 없다. 쿨한척 하다가도 좀만 불리하면 노쳐녀 히스테리 장난 아니다. 앞뒤 꽉 막힌 철벽통도 이런 철벽통이 따로 없다”고 툴툴거린다. 물론 그 결과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서울에게 꽉 잡히게 됐지만 말이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효진. 이대로 가다가 사고 칠 효진을 위해 시댁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요령을 알려주려고 한다.
◇“낮말을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시월드에게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말, 말, 말’이다. 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뱉은 말도 다시 봐야 하는 것이 두 곳 있었으니 바로 회사와 시댁이다. 조심하고 산 번 더 생각해야 할 효진이건만 자신이 옳다고 바득바득 우기고 일단 말은 내지르고 본다.
“낮말을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생각하고 ‘말 조심’은 필수, 시댁 욕을 할 때는 시댁과 전방 1km 이내로 간격을 두는 것이 좋고, 욕을 하는 와중에도 사방에 누가 있는지 살피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잘 하지 않아도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중간’만 하자
청소기를 돌리는 순금을 보고 냉큼 자신이 하겠다고 솔선수범 나서는 서울과는 달리, 정작 며느리인 효진은 청소기 소리가 들려도 세월아 내월아 페디큐어만 바를 뿐이다. 보다 못한 서울이 내려가서 청소하시는 고모님을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충고하지만 “미안 내가 원래 팔힘이 약해서 청소기 같은 거 잘 못돌리거든. 집에서도 일해본 적 없어 나는”라고 말할 뿐이다. 기 막혀 하는 서울에게 효진은 한 술 더 떠 “오늘만 봐주라. 오늘만 서울씨가 대신해줘. 못할 것 같아 오늘은”이라고 농땡이를 부린다.
물론 며느리가 됐다고 없는 실력에 모든 집안일을 맡을 필요는 없다. 다만 요령껏 “저도 도울게요”라고 말하는 센스는 필요하다. 일을 하기 싫으면 적어도 노는 모습이 아닌 일을 하는 척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 봐라. 아무리 곱게 자랐어도, 나이든 고모는 청소하고 있는데, 젊은 효진이 노는 모습을 좋게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서울이처럼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중간만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세요
어찌 됐든 효진은 손끝에 물도 묻히지 않는 환경에서 살다가 사랑하는 강재를 위해 시댁에 덜컥 와버린 존재다. 그런 효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강재의 칭찬과 사랑일 것이다. 아무리 시댁 식구들이 밉다가도 강재의 위로 한 마디에 풀려버릴 효진이다.
실제로 강심과 말다툼 당시 효진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보다 강심의 편을 들며 “그만하라”고 말리는 강재의 만류에 섭섭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함께 마늘을 까주며 시간을 보내는 강재에게 또 이내 마음이 풀려버리고는 했다.
시댁에 적응하기 위해 차차 고쳐나가야 할 효진이지만, 이를 도와주고 웃게 할 사람은 오직 하나, 남편 강재 밖에 없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